"버지니아 울프는 '무엇이든 말로 바꿔 놓았을 때 그것은 온전한 것이 됐다. 여기서 온전함이란 그것이 나를 다치게 할 힘을 잃었음을 의미한다. 갈라진 조각을 하나로 묶어내는 일이 커다란 즐거움을 주는 이유는, 아마 그렇게 함으로써 내가 고통에서 벗어나기 때문일 것이다'라는 글을 남겼다. 나는 ‘여기서 온전함이란 그것이 나를 다치게 할 힘을 잃었음을 의미한다’라는 대목에 주목해 본다. 우리는 글을 쓰면서 자신이 처한 고통에서 벗어나고 나아가 살아갈 힘을 얻는다." -출처
페니베이커는 표현적 글쓰기가 심리치료를 대체할 수 있다고 말하지 않지만 심리치료의 효과를 높이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글쓰기는 어떻게 트라우마 경험이 한 개인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완화하는 것일까요. 어떻게 온전함을 얻게 되는 것일까요.
한 가지 반직관적인 결과는, 가령 나는 행복하지 않아,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아, 나를 돌보는 사람은 없어와 같은 말을 적으면 '행복', '사랑', '돌봄'과 같은 단어가 긍정적 정서 차원에 연관되기 때문에 이러한 단어를 적지 않은 사람보다 정신건강에서의 개선을 경험하기 쉽다는 점입니다. 부정적 맥락에서 사용되더라도 긍정적 정서 차원에 연관된 단어가 같은 차원의 다른 단어까지 연상시키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AI를 활용하여 예문을 만들어 봤습니다. 예문이 좀 투박하지만.. '상사의 지시를 거역한 이유는 내 양심에 따른 것이었지. 하지만 그 결과로 겪게 된 갈등 상황이 정말 힘들었어.'에서 "이유"나 "결과"가 인과관계 단어입니다. '친구들의 모습에 자극 받아 내가 정말 원하는 게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봤어. 그러면서 명예나 돈보다는 가족과 행복한 삶을 원한다는 걸 깨달았지.' 이 예문에서 "깨달았지"는 통찰 단어 입니다.
상황 해석에 정답이 있을 수 없지만, 글쓰기를 하다 보면 처음에는 이해하기 어려웠던 경험도 스스로 정리할 수 있게 됩니다. 특히 대인관계 갈등 상황에서 글쓰기가 큰 도움이 됩니다.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한계를 자각하게 되고, 동시에 타인의 입장을 더욱 포용할 수 있게 됩니다.
페니베이커는 심리치료 상황에서 내담자가 문제의 원인을 타인에게서 찾는 대신 자신의 감정과 경험에 주목할 때 비로소 반추에서 벗어나 자기성찰 과정에 들어설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와 비슷하게 표현적 글쓰기도관점 전환을 촉진하고 향상된 자기이해와 통찰을 가져오기도 함으로써 트라우마에 수반되는 괴로움을 약화시키는 것 아닌가 합니다.
정리하면, 글쓰기를 통해 고통스러운 경험을 언어로 옮김으로써 우리는 그 경험을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기서사의 일부로 편집 및 통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게 됩니다.
페니베이커는 단 2분이라도 힘든 경험에 연관된 생각이나 감정을 글로 적어보라고 권합니다. 타이핑해도 되고 심지어 불 꺼진 방에서 허공에 글씨를 써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할 정도네요. 다만 "글을 쓸 때는 완전한 문장을 사용해야 합니다. 그리고 완전한 문장을 쓰면 다음 문장은 방금 끝낸 문장과 관련이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이 모든 것이 복잡한 감정적 주제를 조합하는 과정의 일부입니다."라고 말하면서 문장의 완결성과 논리성을 강조합니다. 추상적이기보다 구체적으로 써야 도움이 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