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 요약: 리사 펠드먼 배럿은 감정이 단순히 인식되는 것이 아니라 뇌가 현재 신체 감각과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능동적으로 구성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이 과정에서 감정 개념의 세분화와 신체 감각에 대한 주의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신경과학자 리사 펠드먼 배럿이 출연한 에피소드입니다. 국내에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라는 책으로 이름을 알린 바 있습니다. 아마 읽어본 분도 계실 것 같습니다.
배럿은 감정은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구성하는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예를 들어, 각각의 감정에 대응하는 보편적인 얼굴 표정 같은 것이 있어서 그것을 읽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같은 표정이라도 그 표정을 보게 되는 상황, 표정을 보는 사람의 내적 상태 등 표정이 위치한 맥락에 따라 전혀 다른 감정으로 구성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자신의 내적 감각을 해석할 때도, 비슷한 감각에 각기 다른 감정을 매칭시키는 것이 가능합니다. 비슷한 어지러움이라 하더라도 불안으로 경험하거나 갈망으로 경험할 수 있습니다. 예를 하나 더 들어볼까요. 불확실성이 우세한 상황에서 비슷한 각성 상태를 느낀다 하더라도 어떤 사람은 위협에 대한 불안으로, 또 다른 어떤 사람은 정보를 더 찾아야 한다는 신호로 각성 상태를 경험함으로써 각기 다른 대처 양상을 보이기 쉽습니다.
"당신 주의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과 관련해 당신의 신체 감각이 의미하는 바를 당신의 뇌가 구성한 것이 바로 감정이다.", "뇌는 감각 입력과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의미를 구성하고 행동을 지시한다." -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현재 신체 감각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지를 결정하는 것은 과거 유사 경험입니다. 현재 신체 감각에 연관된 과거 경험 중 유사한 몇 가지 경험 샘플을 선정하여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의 행동을 준비하게 되며(사지를 움직이는 것뿐만 아니라 심박수라든지 자율신경계와 관련된 활동을 포함), 이 모든 과정을 요약한 내용이 바로 감정이라는 부분이 흥미롭습니다.
고려해야 할 모든 과거 경험을 분석하는 것은신체 예산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려는 뇌의 특성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다소 불완전하고 오류가 있다 하더라도 매우 자동화되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몇 가지 경험 샘플을 추출하여 이 신체 감각을 어떤 감정으로 구성해야 생존에 유리할지 무의식적으로 판단한다는 것으로 이해했습니다.
가령, 가까운 관계 안에서 반복적인 정서적 학대를 경험한 사람의 경우 친밀감에 수반되는 신체 감각을 긍정적 감정 개념으로 구성해내기보다 도피 반응에 연관되는 부정적 감정 개념으로 구성해낼 가능성이 더 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일관되고 안정감을 주는 사람을 만나더라도 관계가 깊어질수록 자신도 모르게 부정적 감정을 경험하며 그 관계로부터 거리를 두려 할 수 있습니다.
배럿이 직접적으로 언급했는지 확실하지 않지만, 감정 경험의 능동적 구성자로서 우리가 의식적으로 할 수 있는 일 중의 하나는, 샘플 추출 과정에서 현재 상황과 관련이 적은 과거 경험을 추출함으로써 적응도를 낮추는 방식으로 감정을 구성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자신의 반응을 성찰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이는 심리치료 말하는 교정적 관계 경험[1]일 테죠. 내 앞에 앉은 상담자가 나를 정서적으로 학대했던 주요 타인과 비슷한 두려움을 야기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러한 감정 요약본이 상황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는 것을 몸과 의식 모두로 경험하는 과정 말입니다.
배럿은 감정에 대한 세분화된 어휘를 갖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세분화된 감정 어휘를 갖는다는 것은 상황에 따라 달리 사용할 수 있는 연장을 여럿 갖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가령분노는 격분에서부터 불만족에 이르기까지 감정 강도에 따라 세분화할 수 있고, 강도의 범위가 80에서 100인 분노 어휘를 지닌 사람보다 40에서 100인 분노 어휘를 지닌 사람이 상황에 더 적절한 감정 개념을 통해 보다 적응적인 반응이 가능할 것입니다.
시각, 청각, 후각, 심장박동, 호흡, 근육 긴장 등 신체 감각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도 중요합니다.신체 상태 스캔이 잘 돼야 그에 부합하는 세분화된 어휘를 활용하는 것도 가능할 것입니다.
"내담자가 상담 중에 뚜렷한 전환(a distinct shift)을 느끼는 특정 순간으로, 내담자는 치료자와의 관계를 기대하지 못했던 다른 방식에서 정서적으로 이해하거나 혹은 경험하며, 이를 통해 어떤 방식에서 교정이 일어나는 것" - 상담에서의 교정적 관계 경험, 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