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7일 여당 의원 105인의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투표 참여 거부를 보면서 분통 터지는 마음이 든 건 저뿐만은 아니었을 것 같습니다. 거창한 행동이 아니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탄핵이 이뤄질 때까지 각자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목소리를 보태 봅시다.
"나쁜 정당에 투표하지 말고, 나쁜 신문을 보지 않고, 집회에 나가고, 인터넷에 글을 올리고, 하다못해 담벼락을 쳐다보고 욕이라도 할 수 있다. 하려고 하면 너무 많다." -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권력과 순응의 심리학
"위기 상황에 군인들은 명령을 따라야 한다고 강하게 생각한다."12·3 내란 사태와 관련한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의 이 발언은, 50여 년 전 필립 짐바르도가 연구했던 인간 본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다시 떠올리게 합니다. "어떻게 선한 사람들이 악행을 저지르게 되는가?"
사회심리학자 필립 짐바르도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모든 연구는 사실 어린 시절의 질문에 답하려는 시도였습니다. 무엇이 선한 사람들로 하여금 나쁜 일을 하게 만드는가? 나의 초점은 항상 상황이 어떻게 우리를 형성하고, 주조하고, 부패시키는지를 이해하는 것이었습니다."
양심의 선택권
최근 한국에서 벌어진 사건들은 짐바르도의 통찰이 여전히 유효함을 보여줍니다. 그는 중요한 사실을 강조했습니다. "당신이 어떤 제복을 입고 있든, 어떤 직함을 가지고 있든, 언제나 인간적인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빼앗길 수 없는 당신의 권리이자 책임입니다."
이는 최근홍장원 국정원 1차장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는 정치인 체포라는 위법한 지시를 받았을 때 "국정원에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조직과 인력도 없고 지시를 이행할 수단도 없다"며 이를 거부했습니다. 그의 선택은 강력한 권위 앞에서도 양심적 판단이 가능함을 보여줍니다. 결과적으로 그는 원칙과 법치를 지키는 선택을 했고, 그 여파로 경질된 것 같습니다.
저항의 중요성과 외부 시각의 가치
짐바르도의 실험이 중단된 결정적 계기는 그의 여자친구였던 크리스티나 마슬라흐(Christina Maslach)의 개입이었습니다. 실험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그녀는 상황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고, 그래서 비인간적인 처우를 즉각 알아챌 수 있었습니다. "당신이 보는 것을 보고도 어떻게 화가 나지 않을 수 있죠?"라는 그녀의 질문은 짐바르도를 깨어나게 했습니다.
이는 위기 상황에서 외부의 객관적인 시각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줍니다. 상황에 깊이 관여된 사람들은 점차 비정상적인 상황을 정상적으로 받아들이게 되지만, 외부인은 그 부당함을 더 선명하게 볼 수 있습니다. 현재 한국의 시민들이 보여주는 저항과 연대는 바로 이런 깨어있는 시민의식을 반영합니다. 그들은 마슬라흐처럼 부당한 상황을 바로잡으려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영웅의 평범성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짐바르도의 후기 연구입니다. "영웅의 평범성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라고 그는 말했습니다. "대부분의 영웅들은 평범한 사람들입니다."
尹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회 안에 있던 보좌진뿐만 아니라 곳곳에서 이 소식을 지켜본 시민들은 즉시 국회로 달려가 합심하여 군 병력의 진입을 막아냈습니다. 이런 시민들의 자발적인 행동이야말로 짐바르도가 말한 '평범한 영웅들'의 모습입니다. 그들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안전을 걸고 행동했습니다.
우리가 지금 시작할 수 있는 것들
"상황이 우리를 변화시키는 힘을 인식하라"는 짐바르도의 말은 단순한 경고가 아닌, 행동할 수 있는 용기를 주는 조언입니다. 압박받는 상황에서도 우리는 언제나 인간적인 선택을 할 자유가 있습니다.
BBC가 인터뷰한 환경운동가의 말처럼 "우리는 민주주의를 얻기 위해 열심히 싸웠고, 그것을 다시 잃고 싶지 않습니다. 민주주의와 삶의 자유 없이 인생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짐바르도가 말한 "영웅적 상상력"입니다. 이는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 각자가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작은 선택들, 그것이 바로 영웅적 상상력의 시작입니다.
"역할이 사람이 됩니다. 당신은 캐릭터를 연기하다가 그것이 정체성이 되어버립니다." 이제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합니다. 이 위기의 순간, 나는 어떤 사람이 되기를 선택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