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회차 뉴스레터 두 번째 글에서 토드 로즈가 쓴다크호스라는 책의 내용을 소개한 바 있습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성공에 이르는 보편적인 길 같은 것은 없으며, 각자의 개성과 시기 및 상황 등에 따라 만족감을 최대로 하는 길이 달라질 수 있음을 주장합니다.
다크호스 이전에 출판된 저자의 책은평균의 종말입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평균이라는 획일화된 기준이 다차원적인 한 개인을 일차원적 인간으로 환원한다고 주장합니다.
가령 1905년에Alfred Binet와 Théodore Simon이 개발한 지능검사는 평균 지능에 미치지 못하는 아이에게 도움을 주기 위한 목적에서 출발하였으나, 이후 루이스 터먼을 거쳐 우생학의 이데올로기에 동원됩니다. 즉, 평균이라는 개념이 정상/비정상을 가늠하는 척도가 되면서 배제와 차별의 논리를 뒷받침하게 된 것이죠.
많은 나라의 교육 시스템은 여전히 평균치에 근거하여 개인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요즘에는 바뀌었는지 모르겠지만, 하다못해 책걸상도 개인의 체형을 고려하지 않는 단일화된 제품을 써 왔죠.
팟캐스트 호스트가 왜 이 책을 썼는지 물어보았을 때 토드 로즈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시작됐는지 정말 궁금했어요. 누가 이걸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을까요? 이런 식으로 사회를 건설한다는 게 정말 어리석은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저는 이 일에 집착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이걸 되돌릴 수 있을까에 관심이 생겼죠."
그의 주장은 명확합니다. 평균치를 중심으로 하는 성적 기반의 교육에서 개인에게 맞춤화된 역량 기반 교육으로 변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역량에 대한 평가 역시 평가 받는 이의 상황을 고려한 맥락적 평가가 의미 있다는 주장입니다. 가령 마시멜로 테스트에서 아이가 즉각적인 만족을 지연하지 못하는 것은 아이의 의지력이나 자기조절 능력이 미흡하기 때문이라기보다과거 경험에서 만족 지연에 따른 일관된 보상이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개인이 처한 상황이나 학습 경험의 맥락을 고려하지 않는 평가는 너무 단순하다는 지적에 공감합니다.
개인 특성과 맥락을 고려한 개별화된 교육과 평가는 최종 목표가 아니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일 뿐이라고 말하는 부분도 중요해 보입니다.
좋은 대학을 가고 좋은 직장에 들어가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가치 있게 여기며 전념할 수 있는 일, 스스로가 지닌 내적 동기에 부합하며 만족감을 주는 일, 커뮤니티에 공헌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이 뉴스레터를 발행하는 일도 그런 일 중 하나입니다.
평균적인 삶이라는 것은 도달 불가한 허상일 뿐이고, 결국 각자가 자기 인생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것이기에, 가치 있고 만족스러운 삶의 이미지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이 팟캐스트 에피소드에서 소개되는Never Enough는 저널리스트인 Jennifer Breheny Wallace가 성취 문화의 유해함과 해법을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성취 문화가 독이 될 때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이 책의 부제입니다.
이견이 있을 수 있는 지점이지만, 저는 교육이 계층 상승의 통로로 기능하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좋은 대학에 입학하는 것은 그렇지 않은 경우와 비교할 때 장기적으로 큰 소득 격차로 이어지기에, 기존 계층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가용한 한도 내에서 최대의 투자를 감행할 수밖에 없게 되는 면이 있어 보입니다. 즉, 계층 하락에 대한 두려움이 과도한 교육열로 이어집니다.
"부모들은 자녀를 명문대에 입학시키는 조기 성공이 경제적 불확실성의 바다에서 일종의 구명조끼 역할을 할 것이라고 믿고 큰돈을 걸고 있습니다."
저자는 이러한 현상이 미국에 국한되지 않으며, 캐나다, 유럽, 아시아에서도 비슷한 추세가 나타난다고 봅니다. 많은 나라의 부모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자녀의 학업 성취도를 향상시키고자 하며,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자신의 가치를 성적과 연관지으며 심각한 정신건강 문제를 겪는다는 진단입니다. 정신건강의 문제는 10대에서 끝나지 않고 30대 초반까지 지속됨을 확인한 연구도 있는 듯합니다.
그렇다면 저자의 해법은 무엇일까요. 저자가 수많은 가족을 인터뷰한 결과로서 제시하는 해법은 성취 여부와 관계 없이 아이가 가족이나 커뮤니티 안에서 중요한 존재라는 자각을 지닐 수 있게 돕는 것입니다. 저자는 건강한 상호의존적 관계를 통해 아이들이 자신의 중요성을 자각할 수 있다고 보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저자는 글쓰기에 자부심을 갖고 있던 자신의 딸이 7학년 때 빨간색 교정 표시로 도배된 글쓰기 과제를 받고 낙담했던 에피소드를 소개합니다. 이때 저자는 딸에게 자신은 전문 작가가 되었을 때도 노련한 편집자로부터 무수한 교정을 받았음을 이야기합니다. 이를 자신의 발전을 위한 편집자의 투자로 보았다는 설명도 덧붙입니다. "이것은 아이들에게 다른 사람의 피드백을 받아들이는 방법, 즉 상호의존성을 통해 최고의 자신을 만드는 방법을 가르치는 한 가지 예일 뿐입니다."
성취를 통해 자신의 능력을 입증하는 것이 유일한 동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또한 다른 사람과 건강한 상호의존적 관계를 맺고, 성공/실패와 무관하게 자신이 가치 있게 여기는 무언가를 위해 전념하는 힘을 기를 수 있게 돕는 것이 중요함을 역설하는 듯합니다. 깊은 우정, 친밀한 관계, 즐거운 취미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기존의 성공 지표를 넘어서는 더 넓은 의미에서의 야망을 장려합니다.
또한 유해한 성취 문화에 처한 아이들의 회복탄력성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주양육자의 안녕에 초점을 맞추는 부분도 눈여겨 볼 만합니다.
주양육자가 자신의 심리적 안녕을 위해 명상을 하거나 홀로 외출하여 개인 시간을 보내는 것이 해법이 아닙니다. 저자는 이러한 해법이 성취 문화의 유해함과 같이 지나치게 개인주의적인 관점을 담고 있다고 봅니다. 성취도 홀로 해야 하고, 정신건강도 홀로 지켜야 하는 셈이죠.
회복탄력성은 관계 안에서 제 기능을 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의 친밀한 관계 안에서 마음을 열 수 있는 시간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결국 다른 사람과의 강한 유대 안에서 성취와 무관하게 자신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과정이 해로운 성취 문화로부터 부모와 아이 모두를 지켜내는 해법이라 할 수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