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결심을 연말까지 지속하는 법
- 반드시 끝내는 힘을 쓴 아옐릿 피시배크가 인터뷰이로 출연한 1년 전 The One You Feed 팟캐스트 에피소드와 23년 12월에 업로드된 따끈따끈한 테드 강연입니다. 이름이 특이해서 찾아보니 이스라엘 태생이네요. 11회차 뉴스레터에서 소개한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탈러와 같은 대학에 재직 중이기도 하며, 동기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엑스퍼트인 것 같습니다.
- 야심차게 새해 결심을 세워도 2월 중순 정도면 열에 여덟은 그 결심이 흐지부지된다고 합니다. 어떻게 해야 새해 결심을 연말까지 유지할 수 있을까요.
- 23년 10월 말부터 또 하나의 외국어처럼 파이썬을 배우고 있지만, 일주일 동안 손을 놓기도 하는 등 꾸준한 실행이 어렵습니다. 운동도 마찬가지입니다. 어플 기록을 보면 어떤 달은 거의 통째로 기록이 비어 있을 때도 있습니다.
- 행동 변화를 결심한 직후, 즉 행동 변화의 시작점에서는 동기 수준이 높습니다. 하지만 한두 달 정도만 지나도 동기 수준이 현저히 저하됩니다. 이때 어떻게 하면 목표하는 행동을 지속할 수 있을까요. 이번 뉴스레터를 기획하면서 품었던 핵심적인 질문입니다.
- 피시배크는 동기가 배울 수 있는 기술 같은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즉, 상황을 바꾸거나 상황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바꿈으로써 동기를 향상시킬 수 있다고 봅니다. 이 중 전자에 주목해 봅니다.
- 상황을 바꾼다는 것은 스스로가 처한 상황을 목표 행동의 실행에 용이하게끔 변화시킨다는 얘기입니다. 의지만으로 행동을 변화시키고자 하면 열에 아홉은 실패합니다. 하지만 의지로 상황을 바꿔서 상황에 의해 행동을 변화되게 하는 것은 훨씬 성공 확률이 높습니다.
- 행동 실행에 용이한 환경을 조성하는 방법은 개인마다 다를 테지만, 즉각적인 보상을 통해 추후 목표 행동의 발생 가능성을 높이는 전략이 주요한 공통 요소일 것입니다. 예를 들어, 저는 달리기 그 자체는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달릴 때 팟캐스트를 듣는 것은 좋아합니다. 그래서 달릴 때 늘 팟캐스트를 듣고, 달리는 행동과 팟캐스트가 주는 즐거움이 연합된 결과로서 미래의 달리기를 기대하게 됩니다.
- "실제로 뇌에서 쾌락과 흥분을 담당하는 부분은 돈과 같은 보상을 가까운 미래에 얻는다고 상상할 때는 활동하지만, 먼 미래에 받는다고 상상할 때는 활동하지 않는다." -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에서 발췌. "도파민은 아주 빠르게 뇌에서 분비되고 처리된다. 따라서 습관을 형성하려면 유쾌한 감정의 신호를 빨리 보내야 한다." - 습관의 디테일에서 발췌
- 사소한 것이라도 즉각적인 보상이 주어질 때 특정 행동에 대한 동기가 향상됩니다. 피시배크도 행동과 보상 사이의 시간 간격이 짧을수록 동기 향상에 효과적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우리가 SNS를 끊기 어려운 이유인 동시에 목표하는 행동의 빈도를 늘리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즉각적인 '사회적' 보상이 목표 행동의 발생 가능성을 높이는 강력한 유인가가 될 수 있습니다. 돌아보면 영어공부를 지속할 수 있었던 것도 여러 공부 모임에 참여하며 다른 사람과 사회적 보상을 주고 받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코딩도 혼자하기보다 다른 사람과 같이 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 피시배크는 목표 행동의 발생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상황을 변화시키는 또 다른 예로서 목표 행동의 모니터링을 언급합니다. 여기서 모니터링이란 목표 행동의 실천을 어떤 식으로든 지속적으로 기록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특히 수치화한 기록은 시각 단서가 되어 우리의 행동을 조절하는 데 기여합니다.
- "피드백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진전을 이루고 있다고 느껴야 하고, 지금까지 진전을 이루었다고 느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 내가 한 일, 이번 주 또는 올해 내가 한 일을 돌아보며 이렇게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앞을 내다보면서 아직 해야 할 일이 얼마나 남았는지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숫자는 이를 매우 가시적으로 보여줍니다. 진행 상황을 아주 쉽게 모니터링할 수 있죠. 그렇죠. 진행 상황을 추적하고 모니터링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 정체기에 접어들어 목표 행동을 실천하고자 하는 동기가 현저히 떨어질 때, 그간 자신이 실천해 온 목표 행동을 숫자로 확인하는 것은 동기부여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이는 제가 2019년 1월부터 지금까지 블로그에 매월 영어공부 내용을 기록해 온 이유이기도 합니다. 파이썬 공부도 누적일수와 함께 그날 무엇을 배웠는지 기록 중입니다.
- 끝으로 피시배크는 장기적인 목표를 지녔다 하더라도 이를 세분화하여 단기 목표를 여러 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목표 추구 과정은 '시작-중간-끝'으로 이루어지며, 중간 지점에서 동기를 잃고 중도 하차하기 쉽습니다. 단기 목표는 이 중간 과정을 좀 더 버틸 만한 무엇으로 만들어 줍니다. 손 잡으면 보일 듯한 곳에 끝이 있기 때문입니다. 목표 행동을 지속하는데 있어 단기 목표가 갖는 중요성과 제가 사용한 방법에 관해서는 이전에 쓴 글을 참고해 주세요.
- 정리하면, 목표 행동에 수반된 즉각적 보상, 특히 목표를 공유하는 집단에 참여하여 얻는 즉각적인 사회적 보상, 목표 행동의 모니터링, 단기 목표 설정이 새해 결심을 연말까지 지속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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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생산적으로 써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다면
- 미래 목표를 설정하여 이를 성취하기 위해 애를 쓰는 과정에서 시간 부족에 허덕이기 십상입니다. 목표가 하나가 아니라 보통 여러 개이고, 내 목표만 있는 게 아니라 나이를 먹을수록 가족과 관련된 목표도 늘어납니다.
- 분신술을 써서 같은 시간에 여러 개의 목표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가끔 합니다. 시간을 쪼개는 데도 분명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꾸역꾸역 스케줄을 촘촘하게 짜서 이대로만 실행하면 되겠다 싶더라도 삶에는 늘 변수란 게 존재하고 시간도 몸뚱아리도 내 마음처럼 되지 않기 쉽습니다.
- 위 에피소드는 오늘을 사는 누구라도 공감하게 마련인 시간 부족의 느낌과 생산성 강박을 다룹니다. 버스를 기다리는 4분의 시간 동안 무엇을 할지 이리저리 재가며 분주하게 마음속으로 혼잣말하는 팟캐스트 호스트의 목소리로 에피소드가 시작됩니다.
- 에피소드에서 인터뷰이로 등장하는 올리버 버크만은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언젠가는 모든 일을 완벽하게 처리하고, 모든 것을 통제하며, 인생의 항공 교통 관제사 같은 자리에 오를 수 있을 거라는 환상을 계속 품고 있는 거죠." 저도 이런 환상을 품고 사는 사람 중의 한 명입니다. (네. 아직 깨끗하게 포기하지 못했습니다.) 쏟아지는 일 완벽하게 해내는 법(원제: Getting Things Done)은 제목 그대로 완벽한 통제의 환상을 부추깁니다. 절반쯤 읽다가 지루해서 중단했지만요.
- 올리버 버크먼은 인간의 시간에는 제약이 있고, 쏟아지는 일을 완벽하게 해내는 것은 불가능함을 받아들이는 것이 생산성 강박에서 벗어나는 시작점임을 언급합니다. 하지만 생산성을 중시하는 자본주의 문화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적습니다. 어느 정도 생산성 강박에 길들여진 상황인데, 거기서 나오라고 하는 것은 물고기에게 땅에서 살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 사실 올리버 버크먼은 그 자신이 생산성에 목매는 사람이었고, 그래서 실천적으로 조언합니다. 그가 쓴 Four Thousand Weeks : Time Management for Mortals(번역서 제목: 4000주)에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여가 시간 중 적어도 일부는 오로지 경험의 즐거움에만 집중하여 '낭비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여가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 유일한 방법이며, 미래 지향적인 자기계발에 몰두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여가를 즐기는 것입니다." 놀 때 만큼은 다음에 뭘 할지 생각하기보다 그 순간의 경험에 집중하라는 조언입니다. 이마저도 쉽지는 않습니다. 즐거운 경험은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남겨서 인증해야 되니까요.
- 팟캐스트 호스트도 이 점을 인지하면서 생산성 문화에 길들여진 나의 행동 패턴에 변화를 주는 것이 결코 유쾌한 경험은 아닐 것이라고 언급합니다. 다만 시간을 미래의 목적에 봉사하는 도구로서 대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 그 자체가 우리 자신이기에 때로는 현재의 경험에, 즉 우리 자신의 감각에 충분히 머무르는 것이 생산성 강박의 해독제가 될 수 있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생각과 반대로 감각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도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말 그대로 시각, 청각, 촉각, 후각 등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저와 같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강박적인 생각에 빠지는 힘을 줄이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 스마트폰이 보편화되기 전에 대학을 입학했고, PC가 보편화되기 시작하던 1998년에 중학교를 다니고 있었으니, 스마트폰이 없고 PC도 일반적이지 않았던 세상을 경험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중학교 2학년 때 이승환 신보를 동네 레코드 가게에서 구입했습니다. 시디는 비싸서 테이프로 샀습니다. 집에 오자마자 책상에 앉아 워크맨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앨범을 쭉 듣던 모습이 생생합니다. 일종의 의례처럼 속지도 꼼꼼하게 읽어보면서 경건함과 설렘, 흥분이 공존하는 묘한 마음 상태였던 것 같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 때는 당시 가장 공신력 있는 락음악 잡지였던 핫뮤직을 사서 바이블처럼 읽고 또 읽었던 기억도 있습니다.
- 시간을 도구적인 관점으로 대하지 않고 시간과 내가 하나가 되는 그런 상태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지금은 집중력이 5분도 안 된다고 느낄 때가 많습니다. 책을 읽어도 금세 딴 생각을 하고, 음악도 종종 skip하면서 듣습니다.
- 환경이 180도로 변했는데 과거의 그런 몰입 경험을 재현할 수 있을까 싶습니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목표지향적으로 사는 것에는 그 나름의 이점이 많기도 합니다. 다만, 시간이 유한하다고 해서 계속 미래 목표를 향해 달리다 보면 이렇다 할 의미 있는 기억이 없이 죽음 앞에 마주 서야 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습니다. 제 경우에는 목표나 성취를 향해 달렸던 기억보다 뚜렷한 목적 없이 현재를 즐겼던 순간들이 더 기억에 잘 남는 것 같거든요. 아마 그런 순간이 드물어서 더 그런 것 같습니다.
- 앞으로도 생산성에 목매달며 살 것 같지만, 뚜렷한 목적이 없이 그저 그 시간 자체로 의미 있는 순간의 빈도를 늘려볼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꼭 마음챙김 명상 같은 방식이 아니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합주할 때의 기억이 좋습니다. 연주를 잘하진 못하지만 연주하는 순간만큼은 온전히 현재에 머물렀던 것 같습니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시간과 내가 하나가 되는 그런 경험을 할 수만 있다면 어떤 활동이라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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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관련 영어 콘텐츠를 두세 편 요약하여 격주로 월요일 아침 7시에 보내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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