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간 대학교 심리학 교수 이든 크로스가 21년에 출판한 책 Chatter(한국어 제목:채터, 당신 안의 훼방꾼)에 관한 에피소드입니다.
하루 중 가장 많은 대화를 나누는 상대는 바로 자기 자신입니다. 그런데 이 대화 속에서 부정적인 말들을 끊임없이 늘어놓는 것을 채터라고 합니다.
채터에는 세 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1) 가혹한 비판자 2) 두려워하는 예언자 3) 반추자입니다. 여러분의 마음 속에서 가장 우세한 유형은 어떤 걸까요.
저는 골고루 지닌 것 같고, 채터에 어떻게 대처할 수 있는지 궁금해서 이 에피소드를 유심히 들었습니다.
첫째, 자신의 이름이나 2인칭 대명사를 사용하여 자신에게 조언을 하는 '거리두기 자기 대화' 방법이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이든은 TV 출연 이후 협박 편지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 잠도 못 자고 과잉경계 모드로 들어간 그는 컴퓨터 앞에 앉아 "학자들을 보호하는 전문 보디가드"를 검색하려고 하던 차에 "너 뭐 하는 거야? 정신 차려"라고 말하며 불안한 마음을 달래고 다시 일상의 흐름을 되찾을 수 있었던 일화를 이야기합니다.
2인칭 대명사 사용을 통해 자기 생각이나 행동을 거리두고 바라보는 것은 자동화된 행동에서 벗어나 자기조절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과 같습니다. 수용전념치료에서 말하는 인지적 탈융합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둘째, 정신적 시간 여행이라는 개념을 말하면서, 지금 겪고 있는 문제를 1년 후나 5년 후의 내가 바라보는 것처럼 생각해 보라는 제안을 합니다.
심리학자 대니얼 길버트에 따르면, 인간은 현재의 관점에서 미래를 바라보는 경향이 강합니다. 지금 불행하다고 느끼면 5년 후의 나도 여전히 불행할 것이라고 쉽게 생각하는 것이죠. 이는 정신적 시간 여행의 효과를 저해합니다.
하지만 한 가지 대안이 있습니다. 가령 불안에 떨게 한 생각의 내용과 일의 실제 결과를 꾸준히 기록하는 것입니다.[1]이 기록처럼, 불안한 감정에 연관된 미래 예측에는 많은 오류가 있을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는 자기만의 데이터가 있다면 정신적 시간 여행의 효과성이 증대될 것입니다. 즉, 두려워하는 예언자로서의 채터가 들어설 자리가 적어집니다.
이와 비슷하게 저는 프리랜서로 일하기 시작한 이후 월 수입의 편차가 커서 걱정할 때가 많았습니다. 수입이 너무 저조한 달에는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어쩌나 노심초사할 때도 많았고요. 하지만 프리랜서 수입에 관한 지난 3년 간의 데이터를 살펴보면, 저조한 수입에 대한 걱정이 대부분 기우였음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셋째, 채터를 다스림에 있어 리추얼의 역할이 강조됩니다. 크로스는 중요한 강연 직전에 리추얼처럼 푸시업을 하기도 한다네요. 제 경우에는 긴장되는 일을 앞두고 가톨릭 신자로서 성호를 그을 때가 있습니다. 위기 수준이 높은 내담자를 상담하기 전에 특히 그렇고요. 마음을 안정화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내면의 목소리 자체는 인간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고성능 툴입니다. 가령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그 날 어떤 일을 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하는지 생각하곤 합니다. 내면의 목소리는 짧은 시간 동안 정보를 머릿속에 유지하고 계획을 세우고 계획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스스로를 제어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하지만 너무 과도한 나머지 채터로 변모하게 될 때 위 세 가지 방법이 내면 목소리의 기능적 특성을 다시금 되살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