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을 지나 노년으로 갈수록 상대적으로 신체적 건강이 악화되고 인간관계의 폭이 좁아지게 마련입니다. 건강과 대인관계는 삶의 질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기 때문에 노년의 삶이 젊었을 때보다 행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최소한 젊은이의 관점에서는 말이죠.
하지만 위 히든 브레인 팟캐스트 에피소드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합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느끼는 것은 미래가 아니라 현재를 살게 합니다. 가령 현재 주어진 작은 것들을 음미하고 감사할 수 있는 마음을 갖게 합니다. 또한 새로운 친구를 만들기 위해 애쓰기보다 기존에 알고 지낸 친구라든지 우리가 아끼는 사람과의 유대가 더 강해집니다.
미래가 아니라 현재 주어진 것에 집중할 수 있게 되는 능력은 세상의 긍정적인 측면에 주의를 기울일 수 있게 된다는 말의 다름이 아닙니다.연구 결과는 노년기에 중립적이거나 부정적인 자극보다 긍정적인 자극에 주의를 더 쉽게 기울일 수 있게 되고, 그만큼 긍정적인 자극을 잘 기억하는 능력을 갖게 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는 노년기에 정서적으로 더 건강한 삶을 누릴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합니다.
실제로 정신건강에 연관된 문제는 일반적으로 노년에 비해 젊은 층에서 유병률이 더 높습니다.
이러한 현상을 설명하는 것이 사회정서선택 이론(Socioemotional selectivity theory)입니다. 이 이론은 위 팟캐스트 에피소드에 인터뷰이로 출연한 스탠포드 대학의 Laura L. Carstensen이 주창한 것으로서, 사람들은 시간이 제한되어 있다고 인식할 때 정서적으로 의미 있는 지금 이 순간의 목표와 활동에 더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고 봅니다. 미래의 이익이 아니라 정서적 웰빙을 극대화하는 현재 목표에 우선순위를 두게 되고, 이러한 경향은 노년기의 행복이 일반적으로 젊은 시절에 비해 상승하는 이유를 일부 설명합니다.
지금의 내가 과거의 나와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앎에도 불구하고 미래의 내가 지금의 나와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보편적인 경향을 일컬어 역사의 종말 착각(end of history illusion)이라고 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사람들은 앞으로 자신에게 발생할 변화를 과소추정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을 밝혀낸논문의 결과가 흥미롭습니다. 앞으로 10년 후에 자신이 얼마나 변화했을 지 예측한 값과 실제 변화의 정도를 비교했습니다. 연령대와 거의 무관하게 사람들은 성격, 핵심 가치, 선호에서의 10년 간의 변화를 과소추정한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비슷한다른 연구에서는 조교수들이 정년 보장 여부에 따라 행복도가 어떻게 달라질지 예측하게 했고, 5년 후 정년 보장 여부에 따른 실제 행복도를 측정했습니다. 예측을 할 때는 정년 보장을 받지 못할 때 유의미하게 덜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5년 후에는 정년 보장 여부가 행복도와 별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참가자들의 예측이 빗나간 것이죠.
우리는 미래를 상상할 때 지나치게 현재의 관점에서 봅니다. 이번 호 뉴스레터의 첫 꼭지에서도 젊은이들이 노년의 행복을 과소평가하기 쉽지만 실제 노년의 정서적 만족도는 일반적으로 젊은이들보다 낫다는 것이 판명났죠.
미래의 나는 지금 내가 생각하는 나와는 판이하게 다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심지어 외상적인 경험으로 인한 충격과 괴로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느끼고 있고, 미래의 나도 지금의 나와 비슷할 것이라고 예측할 때조차 그 판단이 틀렸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과거를 재구성하는 것보다 어렵습니다. 미래가 어떻게 변화할지 상상하기 어려울 때, 현재를 미래에 투사하기 쉽습니다.1950년대의 아티스트가 상상한 2000년대처럼요.
하지만지난 뉴스레터에서 설명하였듯이, 미래의 나는 언제나 지금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스스로에게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미래의 내가 지닌 탄력성과 역경에 대처하는 능력도, 실패로 인해 비관주의가 우세해진 지금의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뛰어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