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해도 다른 선택이 더 나아 보이는 이유: 그 불안감에서 벗어나는 법
Editor's Note
1년 전부터 바이브코딩에 재미붙이고 혼자서 쓰는 앱을 만들어 왔습니다. 최근에는 AI 마음 돌봄 앱을 만들었고, 제가 원하는 기능을 구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날마다 즐겁게 고민 중이기도 합니다. 요즘에는 문자 그대로 하룻밤 사이에 더 뛰어난 AI 모델이 출시되고, 컨텍스트 엔지니어링 같은 새로운 기법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그러다 보니 이런 생각을 종종 합니다. "내가 지금 쓰고 있는 방법 말고 더 좋은 게 있는 건 아닐까? 다른 사람들은 다 아는데 나만 모르는 정보가 있는 건 아닐까? 지금 내가 하는 방식이 정말 효율적인 걸까?"
이런 걸 FOMO(Fear of Missing Out)라고 하죠. 더 좋은 기회나 정보를 놓칠까 봐 불안해하는 심리를 개념화하는 용어입니다. 요즘 든 생각은, FOMO를 극복하려고 애쓰기보다는 아예 다른 관점에서 접근해볼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시간적/물리적 제약이 있기 때문에 어차피 모든 걸 다 따라갈 수는 없으니까요. 그래서 이번 주에는 '놓치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새로운 방식에 대해 소개해 보려 합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다르더라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계신 분들께 도움이 되길 바라면서요.
무한한 가능성 앞에서 마비된 현대인
29세 회사원 이지은씨는 매주 주말마다 같은 딜레마에 빠진다. 금요일 저녁, 동료들이 "이번 주말에 뭐 해?"라고 물으면 대답이 막힌다. 요가 클래스, 영어 회화 스터디, 원데이 클래스 등 관심 있어서 찜해둔 활동들이 수십 개, 읽어야 할 자기계발서가 쌓여있고, 새로 산 드로잉 태블릿은 포장도 뜯지 않았다. 그러다 토요일 오후 내내 인스타그램을 스크롤하며 다른 사람들의 '의미 있는' 주말을 구경하다가 일요일 밤이 되어버린다. 매 순간 수많은 선택지 앞에서 '가장 의미 있는' 결정을 내리려 애쓰다가 결국 아무것도 선택하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이 질문이 그녀를 괴롭힌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시간 불안(Time Anxiety)이라 부른다. 인간이 "의미 있는 시간 사용"에 대해 집착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지은씨가 겪는 시간 불안은 세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 현재형 시간 불안: "지금 이 순간 내가 충분히 생산적이지 않다"는 느낌 (인스타그램을 보며 느끼는 죄책감)
- 미래형 시간 불안: "앞으로 뭘 해야 하지?"라는 미래에 대한 조급함 (쌓인 강의와 책들을 보며 느끼는 압박감)
- 존재론적 시간 불안: "인생 전체가 허무하게 지나가고 있다"는 두려움 (29살 생일을 앞두고 느끼는 막막함)
이 불안의 핵심에는 이런 내면의 질문이 숨어 있다: "나는 지금, 내 인생에서 가장 의미 있는 선택을 하고 있는가?" 이 질문은 겉보기에는 긍정적인 자기계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매우 강박적인 메커니즘을 작동시킨다. 우리는 '가장 좋은 선택'을 끊임없이 계산하며, 다른 모든 가능성을 동시에 상상하고, 결국 '무언가를 놓치고 있다'는 감정에 시달리게 된다.
선택 앞에서 마비되고, 자책하고, 무기력해지는 반복적인 패턴. 삶을 가치 있게 써야 한다는 강박이 오히려 의미 있는 행동을 막고 있다.
이는 단순한 개인적 문제가 아니다. 현대 심리학이 주목하는 새로운 형태의 정신적 고통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그런데 최근 X의 누군가가 전한 YAMA(You're Always Missing Out) — "당신은 항상 무언가를 놓치고 있다" — 는 이 문제에 전혀 새로운 해법을 제시한다.
YAMA의 핵심은 놀랍도록 단순하다. "어차피 무언가를 항상 놓치고 있으니, 그것을 걱정할 이유도 없다." 하지만 이 단순함 뒤에는 우리가 왜 선택에 고통받는지에 대한 깊은 통찰이 숨어있다.
선택 과부하가 만드는 심리적 함정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려면 먼저 핵심 인식에 도달해야 한다. 시간이 부족한 게 아니라, 선택이 과도한 것이다. 인간의 뇌는 애초에 복잡한 선택 상황을 처리하도록 설계되지 않았다.
심리학자 시나 아이엔가의 유명한 '잼 실험'이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24가지 종류의 잼을 진열한 매장에서 실제 구매율은 3%에 불과했지만, 6가지만 진열한 매장에서는 30%의 고객이 구매했다. 선택지가 많아질수록 오히려 결정이 어려워지고, 행동 가능성은 줄어든다.
진화적 불일치의 딜레마: 인간의 뇌는 10-20명 규모의 수렵채집 사회에 최적화되어 진화했다. 그 환경에서는 작은 기회를 놓치거나 공동체 활동에서 배제되는 것이 실제 생존에 영향을 미쳤다. 오늘날 우리 뇌는 여전히 그 시절의 경고 시스템을 작동시킨다.
넷플릭스의 5,000편 영화, 매년 출간되는 27만 권의 책, 수천 개의 온라인 강의가 끊임없이 쏟아지는 세상에서 우리 뇌는 무의식적으로 생존 위협 신호를 감지한다. 무언가를 놓치고 있다는 기분이 과거보다 훨씬 더 자주, 그리고 훨씬 더 강하게 나타나는 이유다.
최적화 강박의 역설: 더 심각한 문제는 우리가 '최선의 선택'을 하려 할수록 실제 만족도는 오히려 떨어진다는 점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완벽주의형'과 '만족형' 의사결정자의 차이로 설명한다. 모든 선택지를 철저히 분석해 최적의 결과를 추구하는 완벽주의형은, 충분히 괜찮은 선택에 만족하는 만족형보다 더 많은 후회와 불안을 겪는다.
결과는 예측 가능하다: 결정 회피 → 무행동 → 시간 낭비감의 악순환. 매 순간을 완벽하게 활용해야 한다는 강박이 역설적으로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만든다.
기존 접근의 한계: JOMO는 왜 충분하지 않은가
이런 문제에 대한 기존 해법 중 하나가 JOMO(Joy of Missing Out)다. JOMO는 "놓침에도 불구하고 내 선택에 편안함을 느끼는 상태"를 뜻한다. 외부 비교를 멈추고, 자신이 택한 시간에 몰입하는 태도다.
JOMO는 분명 의미 있는 접근이다. 하지만 중요한 한계가 있다.
첫째, 감정 훈련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놓쳐도 괜찮다"고 느끼려면 상당한 심리적 에너지가 필요하다. 둘째, "기꺼이 놓쳐야 한다"는 기준이 또 다른 완벽주의가 될 수 있다. 셋째,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 불안의 근본 구조는 여전히 유지된다는 점이다.
JOMO는 증상을 완화할 뿐, 선택 과부하라는 원인 자체를 건드리지 않는다. 여전히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라는 질문 앞에서 우리는 압박감을 느낀다.
대안 패러다임: YAMA의 존재론적 수용
YAMA(You're Always Missing Out)는 완전히 다른 접근을 취한다. 감정을 훈련하는 대신 현실을 수용한다. 그 전제는 단순하다: "놓치는 것은 인간으로서 피할 수 없다."
이는 단순한 위안이 아니다. 수학적 현실이다. 선택은 언제나 포기의 행위다. 하나를 선택하는 순간 수천 가지는 선택하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놓침은 결함이 아니라 존재 조건이다.
- JOMO: 감정 중심, "놓쳐도 괜찮다"고 느끼려 함
- YAMA: 존재론적 수용, "놓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문제 삼지 않음
JOMO가 "놓침에도 불구하고 만족하자"라면, YAMA는 "놓침은 당연하니 걱정할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 이 차이는 미묘해 보이지만 심리적 부담감에서는 천지차이다.
일상을 바꾸는 YAMA 3단계 실천법
YAMA의 진정한 가치는 실용적 적용에 있다. 복잡한 의사결정 프레임워크 대신, 누구나 적용할 수 있는 3단계 접근법을 제시한다.
1단계: 선택 전 - 놓침을 정상으로 인식하기 선택을 앞두고 있을 때, 먼저 이 사실을 받아들여라: "내가 이걸 선택하는 순간, 수천 가지 다른 가능성은 선택하지 않는 것이다. 그건 정상이다." 이 간단한 인식이 선택 전 부담을 완화한다.
넷플릭스에서 영화를 고를 때를 예로 들어보자. 30분 동안 리뷰를 검색하는 대신, "나는 5,000개 중 하나를 선택하고 있고, 나머지는 당연히 놓친다"고 말해보라. 이것만으로도 선택의 압박감이 크게 줄어든다.
더 일상적인 예를 들어보자. 지은씨가 토요일 오후에 요가 클래스에 갈지, 집에서 책을 읽을지, 아니면 친구와 브런치를 먹을지 고민할 때, "어떤 걸 선택해도 나머지 두 개는 놓치게 된다. 그리고 그건 완전히 정상적이다"라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2단계: 선택 중 - 현재 경험에 주의 되돌리기 무언가를 하는 도중에도 다른 선택지가 계속 떠오를 것이다. 이때 그 생각을 억누르려 하지 말고, 단순히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주의를 되돌리는 연습을 하라. 다른 가능성은 자연스럽게 흘려보내면 된다.
예를 들어, 요가 클래스에 참여하고 있는데 "집에서 책을 읽는 게 더 나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 그 생각을 인정하되 호흡과 동작에 다시 집중하라. 락페스티벌에서 다른 스테이지 아티스트를 볼 걸 하는 후회가 밀려올 때도 마찬가지다. 지금 들리는 음악으로 돌아가라. 모든 것을 경험하는 것이 불가능한 이유는 당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세상이 무한하기 때문이다.
3단계: 선택 후 - 판단하지 말고 받아들이기 "이 선택이 옳았을까?" "더 좋은 걸 놓친 건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들 때, "이 경험이면 충분하다"는 마음으로 마무리하라. 선택의 옳고 그름을 따지기보다는 경험 자체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이 핵심이다.
"나는 수많은 가능성 중 하나의 구체적 경험을 했다. 그 자체로 충분하다." 이 문장이 선택을 진정한 경험으로 완성시킨다.
YAMA를 삶 전체로 확장하는 통합 전략
YAMA 실천은 순간을 덜 복잡하게 만들지만, 일상의 구조를 바꾸는 전략 없이는 시간 불안이 반복될 수 있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전략 1: 결과 중심에서 과정 중심으로 전환 "잘했는가?"보다 "의미 있었는가?"에 집중하라. 심리학자 타냐 피터슨의 조언처럼, "책을 출간하는 것이 얼마나 자랑스러울지 상상하지 말고, 글쓰기 자체를 정말 즐기는지 자문해보라."
전략 2: 결정 방식의 다양화 때로는 충분히 괜찮은 선택을, 때로는 즉흥적인 선택을 해보라. 이는 결정 자체를 덜 중요하게 만드는 훈련이다. 스탠포드의 연구에 따르면, 이런 "결정 실험"을 통해 사람들은 선택 방법이 생각보다 결과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전략 3: 입력에서 출력 중심으로 전환 무의식적인 소셜 미디어 스크롤링이나 의미 없는 영상 시청은 시간 불안을 증폭시킨다. 입력(Input)만 계속되는 삶에서, 글쓰기·만들기·대화 등의 출력(Output) 중심으로 전환하라.
전략 4: 인간 조건의 수용 선택 불안은 결함이 아니라 인간다움이다. 그 제약 안에서 의미 있는 삶 설계가 가능하다. 우리에게는 무한한 가능성이 주어졌지만, 그 모든 것을 경험할 시간도, 에너지도, 집중력도 없다. 하지만 바로 그 제약 덕분에 선택한 것에 더 집중하고, 더 깊이 연결될 수 있다.
YAMA는 시간 불안을 '불필요하게' 만든다
YAMA의 진짜 힘은 시간 불안을 없애는 게 아니라, 시간 불안을 느낄 이유 자체를 사라지게 만드는 것이다. 놓치는 건 우리가 잘못해서가 아니라 원래 그런 거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거나 완벽한 선택을 찾으려 하지 말고, 지금 내가 선택한 것을 그대로 받아들일 때 진정한 자유가 시작된다.
지금 이 순간, 당신이 이 글을 읽는 동안에도 수천 가지의 다른 경험은 지나가고 있다. 그러나 그 모든 가능성 중 당신이 선택한 바로 이 경험이 당신의 삶을 이루고 있다.
"지금 내가 선택한 이것"이 나의 삶이다. 그 자체로 충분하다.
Sour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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