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어떤 사람은 시련을 딛고 일어설까: 마음 건강을 지키는 자기서사 만들기
1960년대, 레온 플라이셔의 오른손이 굽어지고 뻣뻣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에서 가장 뛰어난 콘서트 피아니스트 중 한 명이었던 그의 연주 인생이 끝나는 순간이었죠. 십대에 카네기홀에서 데뷔했던 그는 36세에 양손으로 연주할 수 있는 능력과 함께 자신의 정체성이 무너지는 걸 지켜봐야 했습니다. 2년간 그는 자신이 말한 "절망적인 우울 상태"에 빠졌습니다.
하지만 플라이셔의 이야기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상태를 인생을 망친 재앙으로 보는 대신, 예상치 못한 새로운 문으로 바라보기 시작했거든요. 그는 훌륭한 지휘자이자 교사가 되었고, 치료법을 찾아가면서 완전히 새로운 음악적 정체성을 만들어갔습니다. 수십 년 후 75세에 보톡스 주사와 깊은 조직 마사지 덕분에 손 기능이 어느 정도 회복되어 카네기홀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이번엔 예전과 같은 피아니스트가 아니라, 상실의 여정을 통해 완전히 새로워진 사람으로 말이죠.
플라이셔의 변화를 가능하게 한 건 단순한 의학적 치료가 아니었습니다. 심리학자들이 '내러티브 재구성'이라고 부르는 것이었죠. 이번 히든브레인 에피소드에 나온 연구자 조나단 애들러처럼, 플라이셔는 자신도 모르게 같은 상황을 완전히 다르게 받아들이게 되었어요. 손 문제를 '완벽했던 커리어를 망가뜨린 재앙'으로 보는 대신, '더 풍부한 음악 인생을 시작하게 해준 전환점'으로 바라보게 된 거죠.
애들러 자신의 여정도 비슷합니다. 외롭고 성 정체성을 숨기고 있던 대학생 시절, 자신을 바꿔보려고 호주로 떠났지만 더 고립감만 느끼고 돌아왔어요. 처음에는 자신의 이야기를 계속된 실패의 연속으로 받아들였죠. 하지만 '마지막 선택지'처럼 보였던 대학원에서 미래의 남편을 만났을 때, 모든 게 달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똑같은 사실들이에요. 외로웠던 대학 시절, 별로였던 호주 여행, 대학원 한 곳에만 겨우 합격한 것. 하지만 이제 이 모든 게 '운명이 나를 정말 필요한 곳으로 데려다주기 위한 과정'이었다는 이야기가 되었어요.
두 이야기에서 나오는 중요한 질문이 있습니다: 우리가 스스로에게 들려주는 이야기가 마음 건강에 얼마나 큰 영향을 줄 수 있을까요?
애들러가 노스웨스턴 대학교에서 연구한 내러티브 심리학은 흥미로운 관점을 제시해요. 물론 '해석이 중요하다'는 아이디어 자체는 새롭지 않아요. 스토아 철학부터 인지행동치료(CBT)까지 비슷한 얘기를 해왔거든요. 하지만 내러티브 심리학의 특별한 점은 구체적으로 '이야기의 구조'가 우리 마음에 미치는 영향을 과학적으로 밝혀냈다는 거예요. 단순히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는 게 아니라, 같은 사실을 어떤 순서와 연결로 엮어내느냐에 따라 실제 정신건강이 달라진다는 걸 증명한 거죠.
우리 뇌가 기억을 저장하는 방식은 생각보다 훨씬 유연해요. 마치 비디오 녹화기처럼 모든 걸 정확히 기록하는 게 아니라, 중요한 교훈만 뽑아서 저장하거든요.
예를 들어볼게요. 길을 걷다가 개에게 물렸다면, 뇌는 '몇 시에, 어떤 품종의 개가, 정확히 어느 위치에서' 같은 세부사항은 잊어버려요. 대신 '모르는 개 조심하기'라는 핵심 교훈만 남기죠. 이게 바로 우리를 보호해주는 거예요.
똑같은 원리가 인생 경험에도 적용돼요. 우리 뇌는 사실 그대로를 기억하는 게 아니라, 그 경험에서 어떤 의미를 찾을지 스스로 선택해요. 그래서 같은 일을 겪어도 사람마다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나오는 거고요.
애들러 연구는 이런 의미 만들기 과정에서 두 가지 주요 이야기 패턴을 발견했습니다. '구원 서사(redemption sequence)'와 '오염 서사(contamination sequence)'예요.
구원 서사는 어려운 상황에서 시작하지만 그 경험을 통해 성장이나 깨달음, 새로운 관계 등 긍정적인 변화를 얻는 이야기예요. 플라이셔가 손 장애로 고통받았지만 결국 더 풍부한 음악적 정체성을 찾게 된 것처럼요. 오염 서사는 그 반대입니다. 좋았던 상황이 나쁜 일로 망가지고, 그 부정적 영향이 다른 영역까지 퍼져나가는 이야기죠.
이런 서사 선택이 정신건강과 삶의 만족도에 실제로 영향을 준다는 게 연구로 입증되었어요. 하지만 더 놀라운 건 생물학적 지표에까지 영향을 준다는 거예요. 애들러는 심한 자폐증을 가진 아이의 부모들을 연구했는데, '통합적' 서사를 가진 부모들이 18개월 동안 텔로미어 단축이 훨씬 적었어요.
여기서 통합적 서사란 힘든 육아 경험을 단순히 좋은 일로 포장하거나 비극으로만 보지 않고, 자신의 성장과 정체성의 일부로 의미 있게 받아들인 이야기를 말해요. 예를 들어 "이 경험이 나를 더 인내심 있는 사람으로 만들었고, 인간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해줬다"는 식으로요. 그들의 세포가 말 그대로 이런 의미 있는 서사 덕분에 더 천천히 늙고 있었던 거죠.
가장 중요한 발견은 애들러의 치료 연구에서 서사 변화가 심리적 회복보다 먼저 일어난다는 걸 밝혀낸 거예요. 그는 18세부터 92세까지 다양한 문제로 심리치료를 받는 사람들을 추적했는데, 사람들이 자신의 인생에 대해 다른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 후 1-2주 뒤에 실제 웰빙 지표가 개선되더라구요. 마치 사람들이 새로운 버전의 인생을 서술하고 나서, 그 다음에 실제 마음 상태가 그 이야기를 따라잡는 것 같았어요.
내러티브 심리학을 이해하는 것과 실제로 써먹는 건 다른 문제죠. 애들러 연구에서 나온 네 가지 핵심 원칙을 소개해드릴게요. 이걸로 당신 삶을 해치는 대신 도와주는 서사를 만들 수 있어요:
1. 인생 챕터 나누기를 전략적으로 하기 내러티브 심리학에서 가장 강력한 도구는 당신 인생의 챕터를 어디서 시작하고 끝낼지 정하는 거예요. 애들러의 호주 경험을 보세요. 그 경험만 떼어놓고 보면 '자신을 바꾸려다 실패한 서사'예요. 하지만 나중에 대학원에서 성공하고 남편을 만난 것까지 연결해서 보면, 자기 길을 찾기 위해 꼭 필요했던 과정이 되죠.
지금 당신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생각해보세요. 시간 범위를 더 넓혀서 보면 다른 서사가 보일까요? 그 힘든 시기가 더 큰 그림에서는 어떤 의미일까요?
2. 인생을 뒤흔드는 일이 생겼을 때 대처법 때로는 너무 큰 일이 생겨서 기존에 생각하던 '나'라는 이미지가 맞지 않을 때가 있어요. 예를 들어 "나는 건강한 사람이야"라고 생각해왔는데 갑자기 큰 병에 걸린다면? 이럴 때 두 가지 잘못된 반응이 있어요. 하나는 "이건 일시적이야, 곧 원래대로 돌아갈 거야"라며 현실을 부정하는 것. 다른 하나는 "내 인생은 이제 끝났어, 모든 게 망가졌어"라며 절망에 빠지는 것.
다발성 경화증 진단을 받은 의사 애니 브루스터는 다른 길을 선택했어요. 그녀는 말했죠: "그 진단을 받아들이고 내 삶의 일부로 만드는 데 정말 오래 걸렸어요. 나 자신을 완전히 새롭게 정의해야 했거든요."
핵심은 이거예요: 큰 변화가 생겼을 때 기존의 '나'에 억지로 맞추려 하지 말고, 새로운 현실을 포함한 '새로운 나'를 받아들이는 거예요.
3. 내가 내 인생의 주인공이라고 생각하기 주도성—운명에 휘둘리는 게 아니라 내가 내 삶을 이끌어간다는 느낌—을 갖는 사람들이 심리적으로 더 건강해요. 대부분 내 통제 밖인 상황에서도 내가 선택하고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을 찾아보세요.
갑자기 시력을 잃은 라일라의 이야기는 복잡해요. 그녀는 처음에는 당연히 절망했고 화가 났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관점을 갖게 되었죠: "매일 새로운 도전을 주고, 그 도전을 통해 나 자신을 더 잘 알게 되거든요."
이건 실명이 좋다는 얘기가 아니에요. 라일라도 치료법이 있다면 고민해볼 거라고 했거든요. 중요한 건 그녀가 피해만 당한 사람이 아니라, 그 상황에서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하고 있다는 거예요.
4. 나와 비슷한 사람 찾기 힘든 상황에서도 마음 건강을 지키려면 두 가지가 필요해요. 하나는 '내가 뭔가 할 수 있다'는 느낌이고, 다른 하나는 '나 혼자가 아니다'라는 느낌이에요.
1세대 라티노 공대생 안토니오의 이야기를 보세요. 그는 대학에서 완전히 다른 배경을 가진 학생들 사이에서 외톨이가 된 기분이었어요. 치즈 종류를 모르는 것 같은 사소한 대화에서도 소외감을 느꼈죠.
안토니오는 이 경험을 '나는 여기 어울리지 않아'라는 이야기로 만들 수도 있었어요. 하지만 그는 다른 걸 강조했어요. "퀸세아녜라에서 춤추고, 사워크림 통에 도시락을 싸와본" 디에고라는 친구를 만난 거죠¹. 같은 배경을 가진 사람과의 연결을 찾아낸 거예요.
¹ 퀸세아녜라는 라틴 아메리카 문화의 15세 성인식이고, 사워크림 통 도시락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민자 가정에서 용기를 재활용해 도시락을 싸오는 흔한 경험이에요.
포인트는 이거예요: 아무리 힘든 상황에서도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거예요.
5.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은" 서사 받아들이기 모든 경험이 감동적인 성공담이 될 필요는 없어요. 애들러는 미국의 '구원 강박'—모든 일에서 희망적인 면을 찾아야 한다는 문화적 압박—을 경계하라고 해요. 때로는 그의 말처럼 정말 "그냥 최악인" 일들이 있어요.
목표는 억지로 긍정적으로 포장하는 게 아니라, 상황이 여전히 어려워도 의미와 주도성을 느낄 수 있는 서사 실마리를 찾는 거예요.
기억하세요: 당신은 자신의 인생 서사의 주인공이자 작가예요. 사실 자체는 바꿀 수 없을지 몰라도, 그 사실들을 어떻게 연결하고, 어느 부분을 강조하고, 어떤 주제로 엮어낼지는 당신이 결정할 수 있어요. 당신이 자신의 삶에 대해 들려주는 서사는 단순히 현실을 반영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그 현실을 만들어가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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