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예측은 왜 자꾸 틀리는 걸까: 소음 속에서 신호를 보는 법
이 장면을 한번 상상해 보세요. 2012년 11월 6일, 보스턴의 한 호텔 방. 밋 롬니의 선거 캠프는 선거 지도가 하나씩 파란색으로 물드는 것을 망연자실하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들의 표정은 단순한 실망이 아닌, 진심 어린 ‘충격’에 가까웠습니다. 캠프의 모든 내부 데이터는 승리를 가리켰고, 전문가들은 확신에 차 있었으며, 조직 전체가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들의 승리를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같은 시각, 네이트 실버는 공개된 데이터만으로 오바마의 승리를 거의 완벽하게 예측해냈습니다. 무려 50개 주 전체의 결과를 정확히 맞혔죠.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막대한 자원과 최고의 전문가들로 무장한 조직이 어떻게 이토록 처참하게 틀릴 수 있었을까요?
그 답은 우리의 진화적 과거와 데이터로 가득 찬 현재 사이의 거대한 충돌에 있습니다. 맥스 베넷에 따르면, 우리 뇌는 본질적으로 ‘예측 기계’입니다. 6억 년에 걸쳐 패턴을 찾고, 미래를 시뮬레이션하며, 불확실한 세상에서 살아남도록 정교하게 설계된 시스템이죠. 하지만 네이트 실버가 보여주듯, 우리 조상들의 생존을 도왔던 바로 그 기능이 오늘날 우리의 판단을 체계적으로 방해하고 있습니다.
롬니 캠프를 무너뜨린 것은 잘못된 정보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우리를 인간으로 만드는 바로 그 ‘생각의 방식’ 자체였습니다. 이제부터 우리 뇌에 내장된 이 오래된 운영체제의 비밀과 그 치명적인 버그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려 합니다.
이것이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입니다. 우리 뇌가 생존을 위해 진화가 빚어낸 최고의 예측 기계라면, 왜 우리는 여론조사나 주식 시장 같은 현대 데이터를 마주할 때마다 길을 잃는 걸까요?
우리 뇌가 왜 그런 실수를 하는지 알려면, 먼저 뇌의 기본 설계도를 살펴봐야 합니다. 맥스 베넷의 연구는 우리 뇌의 운영체제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보여주는 흥미로운 여정으로 우리를 안내합니다.
세상의 패턴을 읽는 본능
이야기는 6억 년 전, 고작 302개의 뉴런을 가진 작은 벌레에서 시작됩니다. 이 벌레는 복잡한 패턴을 읽지는 못했지만, 생존을 위한 가장 원초적인 알고리즘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바로 '냄새'라는 단순 신호(Cue)를 감지하고, 좋은 것이면 다가가고(접근) 나쁜 것이면 피하는(회피) 것이죠. 이것이 모든 예측의 시작입니다.
시간이 흘러 초기 척추동물이 등장하면서, 뇌에는 혁신적인 기능이 추가됩니다. 바로 ‘기대감에 대한 보상 시스템’입니다. 단순히 먹이를 먹었을 때가 아니라, 먹이가 있을 법한 장소를 발견하는 등 ‘곧 보상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할 때 뇌는 도파민을 분비하며 쾌감을 줍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패턴 읽기’ 능력이 폭발적으로 진화합니다. 보상을 기대하는 쾌감은, 그 보상을 예측하게 해주는 ‘패턴’을 더 잘 찾아내도록 뇌를 끊임없이 채찍질하는 강력한 동기가 되었습니다. 즉, 보상을 추구하는 본능이 세상의 패턴을 읽는 능력을 키워낸 것입니다. 우리 뇌가 무의식적으로 세상의 인과관계를 찾고, 규칙성을 발견하려는 이유는 바로 이 깊은 진화적 뿌리 때문입니다.
타인의 마음을 읽는 시뮬레이터
그리고 마침내 영장류에 이르러, 뇌는 가장 놀라운 기능을 손에 넣습니다. 바로 ‘마음 이론’, 즉 타인의 마음을 읽는 시뮬레이터입니다. 우리 뇌에는 상대방의 머릿속에 들어가 ‘저 사람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할까?’, ‘무엇을 느끼고 있을까?’를 시뮬레이션하는 기능이 탑재되었습니다. 이 능력은 공감과 협력, 그리고 복잡한 사회를 이루는 근간이 되었죠.
이처럼 우리 뇌는 패턴을 찾고, 기대감을 키우며, 타인의 마음을 읽도록 수억 년에 걸쳐 최적화된, 그야말로 진화의 걸작입니다. 그런데 이 훌륭한 도구가 왜 지금은 문제가 되는 걸까요?
2부: 고대의 뇌, 현대 세상에서 충돌을 일으키다
문제는 우리 뇌의 뛰어난 패턴 탐지기가 전혀 다른 종류의 세상을 위해 설계되었다는 점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살았던 세상은 생존과 직결된 신호가 명확한 세상이었습니다. 풀숲의 바스락거림은 포식자나 먹잇감이라는 강력한 ‘신호’였고, 그림자를 맹수로 착각하고 도망치는(오류) 비용은 무시하는 비용보다 훨씬 쌌습니다. 그래서 우리 뇌는 ‘차라리 오버하는 게 낫다’는 식으로, 과민할 정도로 패턴을 찾도록 진화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주식 차트, 여론조사, 소셜미디어 피드처럼 무작위성이 가득하고 의미 없는 잡음(Noise)이 훨씬 더 많은 데이터 환경입니다. 이런 환경에서 우리의 ‘과민한 패턴 탐지기’는 여전히 옛날 방식대로 작동하며, 잡음 속에서 있지도 않은 의미와 패턴을 끊임없이 찾아내려 합니다. 과거의 훌륭한 생존 도구가, 현대의 판단 도구로는 치명적인 버그를 일으키는 것입니다. 네이트 실버의 이야기는 이 충돌이 현실에서 어떻게 벌어지는지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진실보다 이야기를 사랑하는 뇌
혹시 새로 산 신발이나 자동차가 갑자기 온 세상에 가득한 것처럼 보인 경험, 없으신가요? 어제까지는 눈에 띄지도 않던 그 모델이 오늘따라 유독 자주 보입니다. 마치 온 세상이 당신의 선택을 알아보고 신호를 보내는 것 같죠.
이 현상은 심리학에서 ‘선택적 주의(Selective Attention)’라고 불립니다. 자동차 수가 실제로 늘어난 것이 아니라, ‘이 차는 나에게 중요한 것’이라는 꼬리표가 붙으면서 당신의 뇌가 수많은 시각 정보 속에서 그 차에만 선택적으로 주의를 기울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우리 뇌의 ‘패턴 찾기 본능’이 현대 사회에서 작동하는 방식입니다. 우리 조상들에게는 주변 환경에서 생존에 중요한 신호(예: 먹이의 발자국, 포식자의 그림자)를 빠르게 알아차리는 능력이 필수적이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뇌는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에 자동으로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이도록 진화했습니다.
문제는 이 강력한 필터링 기능이 우리의 믿음이나 결정과 결합될 때 발생합니다. 뇌는 단순히 정보를 찾는 것을 넘어, 자신의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패턴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섭니다. 이것이 바로 ‘확증 편향’입니다.
네이트 실버는 롬니 캠프가 바로 이 함정에 빠졌다고 지적합니다. 그들은 ‘우리가 이기고 있다’는 믿음을 가진 순간, 마치 새 차를 산 사람처럼, 그 믿음을 뒷받침하는 여론조사나 긍정적인 뉴스(신호)에만 선택적으로 주의를 기울였습니다. 반면, 불리한 데이터(소음)는 중요하지 않은 정보로 필터링해버렸죠. 우리 뇌는 객관적인 과학자가 아니라, 듣고 싶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자신의 선택을 지지해주는 편파적인 스토리텔러에 가깝습니다.
모든 것을 사람처럼 대하는 뇌
더 큰 문제는 뇌의 뛰어난 ‘마음 읽기’ 능력이 엉뚱한 곳에서 발휘될 때 생깁니다. 우리는 주식 시장이나 경제, 선거처럼 의도나 감정이 없는 복잡한 시스템조차 사람처럼 대하곤 합니다.
“시장이 불안해하고 있다”거나 “유권자들이 변화를 원한다”고 말할 때, 우리는 복잡한 통계적 현상을 마치 의도를 가진 한 사람처럼 의인화하는 것입니다. 롬니 캠프는 ‘경제가 이렇게 나쁘니 유권자들은 당연히 우리를 뽑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유권자라는 거대한 집단을 합리적으로 행동하는 한 명의 사람처럼 취급한 것이죠. 하지만 데이터는 그렇게 움직이지 않습니다.
3부: 내 안의 예측가와 현명하게 협업하는 법
우리는 이 오래된 뇌를 교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현명하게 사용하는 법은 배울 수 있습니다. 마치 구형 컴퓨터에 최신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듯, 우리의 고대 뇌를 위한 21세기 사용 설명서를 소개합니다.
1. ‘감정적 확신’이 아닌 ‘베이즈식 확률’로 생각하기
2부에서 봤듯이, 우리 뇌는 친구의 행동 이면에 있는 '의도'를 파악하는 데 탁월한 ‘사회적 시뮬레이터’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복잡한 상황을 단순하고 이해하기 쉬운 하나의 원인과 결과 이야기로 설명하려는 강한 본능이 있습니다.
문제는 이 습관을 시장이나 선거 같은 비인격적인 시스템에 그대로 적용한다는 점입니다. "주식 시장이 폭락한 건 연준 의장의 실언 때문이다"라고 단정 짓는 것처럼 말이죠. 실제로는 수백 가지 변수가 얽혀있지만, 우리 뇌는 이해하기 쉬운 하나의 ‘주범’이나 ‘이야기’를 찾아내고 싶어 합니다. 시스템을 마치 의도를 가진 한 사람처럼 대하는 오류를 범하는 것입니다.
이에 대한 처방은 바로 ‘베이즈식 확률’로 생각하는 습관입니다.
하나의 정답이나 완벽한 인과적 이야기를 찾는 대신, 다양한 가능성과 각각의 확률을 함께 생각하는 것입니다.
- 실천하기: 의사가 “수술 성공률은 80%입니다”라고 말했을 때, 우리의 ‘고대 뇌’는 “살았다!” 또는 “죽을 수도 있다!”는 단 하나의 이야기로 달려갑니다. 하지만 베이즈식 사고는 이 감정의 롤러코스터에서 내려와, 더 나은 질문을 던지게 합니다. 여기서 ‘80%’는 단지 시작점, 즉 사전 확률(prior)일 뿐입니다. 우리는 새로운 정보를 통해 이 확률을 계속 업데이트해야 합니다. 이렇게 질문하는 겁니다.
- “그 80%는 일반적인 환자 기준인가요? 저희 아버지의 나이, 건강 상태, 병의 진행 단계를 고려하면 확률은 어떻게 바뀌나요?”
의사가 “아버님은 다른 기저 질환이 없으시고 초기에 발견했기 때문에, 실제 성공 확률은 90%에 더 가깝습니다”라고 답할 수 있습니다. 이제 우리의 예측은 새로운 정보(신호)로 업데이트되었습니다.
- “만약 실패하는 10%에 속한다면, 그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나요?”
‘실패’라는 단어는 막연한 공포를 줍니다. 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봐야 합니다. ‘수술 후에도 차도가 없는 것’인가요? ‘심각한 부작용이 남는 것’인가요? 아니면 ‘다른 치료를 시도할 수 없게 되는 것’인가요? 실패의 시나리오를 구체적으로 이해하면, 막연한 불안(소음)이 관리 가능한 위험(신호)으로 바뀝니다.
네이트 실버가 포커에서 배운 것처럼, 80%의 승률은 20%의 패배를 감수한다는 의미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 20%가 어떤 모습일지 아는 것입니다. 이것은 비관이 아니라, 불확실한 세상에서 내릴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보정’입니다.
2. ‘감정적 상상’이 아닌 ‘논리적 시뮬레이션’ 하기 우리 뇌의 ‘과민한 패턴 탐지기’는 미래를 예측할 때도 강력하게 작동합니다. 우리는 과거의 경험과 현재의 단서들을 조합하여 미래에 대한 그럴듯한 ‘이야기(패턴)’를 만들어냅니다. 이것이 바로 맥스 베넷이 설명하는 ‘시뮬레이션’ 능력입니다. 이 능력 덕분에 우리는 행동하기 전에 결과를 예측할 수 있죠.
하지만 이 강력한 스토리텔링 기능은 종종 두 가지 극단적인 오류를 낳습니다. 긍정적인 단서들만 엮어 성공하는 이야기만 상상하는 ‘낙관 편향’이 나타나거나, 반대로 부정적인 단서들만 모아 최악의 이야기만 떠올리며 불안에 빠지는 ‘비관 편향’이 생겨나는 것입니다. 두 가지 모두 객관적 현실이 아닌, 뇌가 만들어낸 감정적인 ‘이야기’에 불과합니다. 네이트 실버가 강조하는 데이터 기반 예측의 핵심은 바로 이 감정적 상상에서 벗어나는 것입니다.
- 실천하기: 학부 졸업 후에도 명확한 진로를 정하지 못하고, 여러 가능성 사이에서 고민만 하며 시간을 보내는 상황을 예로 들어봅시다.
머릿속은 선택지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으로 가득 찹니다. 안정적이지만 흥미는 덜한 A(대기업 사무직)와, 불안정하지만 마음이 끌리는 B(콘텐츠 제작자)라는 두 갈래 길이 있습니다.
- ‘A를 선택했다가 평생 지루하게 살면 어떡하지? 적성에 안 맞아 후회할 거야.’
- ‘B를 선택했다가 수입이 없어서 고생만 하고 실패하면 어떡하지? 남들 다 안정적으로 사는데 나만 뒤처질 거야.’
이런 감정적 상상(소음)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며, 결국 어떤 선택도 하지 못하는 ‘분석 마비’ 상태에 빠집니다.
이때 ‘사전 부검(Pre-mortem)’을 논리적 시뮬레이션 도구로 사용해 보세요. 마음이 더 끌리지만 불안감도 더 큰 B(콘텐츠 제작자)의 길을 시뮬레이션해 봅시다.
- 만약 이 길이 ‘실패’한다면, 가장 가능성 있는 원인은 무엇일까?
- 막연히 ‘실패한다’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정의합니다.
- A) 1년 동안 노력했지만, 월 수입이 최저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한다. (재정적 실패)
- B) 콘텐츠를 만드는 과정 자체가 생각보다 고되고, 창작의 고통에 흥미를 잃는다. (적성 불일치)
- C) 꾸준히 콘텐츠를 만들었지만,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구독자나 조회수가 늘지 않는다. (시장 반응 실패)
- 각 원인이 발생할 확률은 어느 정도일까?
- 감정이 아닌, 얻을 수 있는 정보(신호)에 기반해 판단합니다.
- A) 재정: 비슷한 분야 신입 제작자들의 평균 수입 데이터를 찾아본다. (데이터 확인 가능)
- B) 적성: 앞으로 3개월간, 퇴근 후 시간을 이용해 주 2회 콘텐츠를 직접 기획하고 만들어본다. (저비용 테스트 가능)
- C) 시장 반응: 내가 만들고 싶은 분야의 성공한 채널들을 분석하고, 그들의 초기 성장 과정을 살펴본다. (사례 조사 가능)
- 그 원인을 예방하거나 영향을 줄이기 위해 지금 무엇을 할 수 있는가?
- 불안에 머무는 대신, 통제 가능한 행동 계획을 세웁니다.
- A) 재정: 최소 6개월 치의 생활비를 모으기 전까지는 현재의 아르바이트나 직장을 그만두지 않는다.
- B) 적성: 3개월간의 테스트 기간 동안 재미보다 스트레스가 더 크다면, 이 길은 취미로 남겨두고 다른 길을 알아본다.
- C) 시장 반응: 처음부터 완벽을 추구하기보다, 작은 결과물이라도 꾸준히 시장에 내놓고 피드백을 받으며 방향을 수정한다.
이렇게 하면 막연한 불안감이라는 ‘소음’ 속에서, 우리가 실제로 관리해야 할 진짜 위험이라는 ‘신호’를 구분해낼 수 있습니다. 목표는 최악을 상상하며 주저앉는 것이 아니라, 안개를 걷어내고 첫 한 걸음을 내디딜 구체적인 지도를 그리는 것입니다.
3. 이야기와 데이터를 분리하기 우리 뇌는 숫자의 나열보다 그럴듯한 이야기를 훨씬 더 좋아합니다. 이야기는 매혹적이지만, 편파적인 스토리텔러가 하는 이야기는 종종 진실을 크게 왜곡하기도 합니다.
- 실천하기: ‘AI가 수많은 일자리를 없앨 것’이라는 뉴스가 연일 쏟아지는 상황을 예로 들어봅시다. ‘어쩌면 내 직업도 몇 년 안에 사라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입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 뇌가 가장 좋아하는, 단순하고 강력한 ‘이야기’입니다. 이때, 감정의 파도에 휩쓸려 가는 대신 잠시 멈추고 질문해보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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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이야기를 뒷받침하는 진짜 데이터는 무엇이지?”
- 단순히 ‘수많은 일자리’라는 자극적인 헤드라인(소음) 너머를 봅니다.
- 그 예측의 출처는 어디인가? 어떤 가정하에 나온 수치인가?
- 가장 중요한 질문: 보고서는 ‘직업(Job)’ 자체가 사라진다고 했나, 아니면 직업을 구성하는 특정 ‘업무(Task)’가 자동화된다고 했나? (대부분의 권위 있는 보고서는 후자를 말합니다. 이것이 바로 ‘신호’입니다.)
- “이 데이터로 전혀 다른 이야기를 만들 수는 없을까?”
- 데이터(신호)를 가지고 다른 이야기를 구성해 봅니다.
- 이야기 A (공포의 서사): “AI가 인간의 업무를 빼앗아 결국 우리를 대체할 것이다.” (우리 뇌가 가장 쉽게 빠지는 이야기)
- 이야기 B (기회의 서사): “AI는 인간을 돕는 강력한 도구(Copilot)가 될 것이다. 변호사가 판례를 찾는 단순 반복 업무를 AI에 맡기고, 더 창의적인 변론 전략에 집중하는 것처럼 말이다. AI를 잘 활용하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훨씬 더 높은 생산성을 갖게 될 것이다.”
두 이야기 모두 같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지만, 전혀 다른 결론에 이릅니다. 이야기 A는 우리를 무력감에 빠지게 하지만, 이야기 B는 우리가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알려줍니다. 이야기의 유혹에서 벗어나 데이터 그 자체를 보려는 노력만으로도, 막연한 공포를 구체적인 대비로 바꿀 수 있습니다.
당신은 어떤 예측가인가요?
무언가에 대해 절대적으로 확신했지만, 결국 틀렸던 경험이 있나요? 영원할 것 같았던 관계, 꼭 합격할 줄 알았던 회사, 분명히 오를 거라 믿었던 투자처 같은 것들 말입니다.
그때, 당신의 머릿속 예측 기계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나요? 어떤 신호는 크게 증폭시키고, 어떤 소음은 애써 무시하고 있었나요?
우리 대부분은 자신의 예측이 틀렸을 때 당혹감을 느끼고, 어떻게든 기존의 믿음을 고수하려 합니다. 하지만 네이트 실버는 이렇게 말합니다. “자기가 보고자 하는 방식으로만 정보를 바라보려는 자세와 싸워야 합니다.”
이는 단지 용기의 문제가 아닙니다. 맥스 베넷이 보여주듯, 지능의 진화 과정 자체가 바로 이것을 증명합니다. 우리 뇌의 학습 시스템은 ‘예측과 실제 결과의 차이’를 통해 끊임없이 자신을 수정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어제의 예측이 오늘의 현실과 다르다면, 예측을 바꾸는 것이야말로 생존에 유리한 가장 지능적인 행동입니다.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이렇게 말했죠. “사실이 바뀌면, 저는 제 마음을 바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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