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의 뇌과학
오늘의 뉴스레터는 우리가 매 순간 하고 있지만, 정작 그 놀라운 힘은 잊고 사는 '호흡'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불안할 때 심호흡을 하라는 말, 많이 들어보셨죠? 그런데 왜 그래야 하는지, 정말 효과가 있는 건지 궁금하셨던 분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1. 호흡 연구의 개척자가 말하는 한숨의 비밀
물리학자에서 신경생물학자로 전향한 잭 펠드먼(Jack Feldman) 박사. 그가 처음 호흡 연구를 시작했을 때, 뇌가 호흡을 어떻게 제어하는지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었습니다. 펠드먼 박사는 호흡을 단순히 '산소를 들이마시는 행위'가 아니라, 뇌의 상태를 결정짓는 핵심 열쇠로 보았습니다.
그는 호흡 시스템의 독특함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시각이나 청각은 잠을 자는 동안 시스템을 정비할 시간이 있지만, 호흡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을 때까지 단 한 순간도 멈추지 않고 작동해야 합니다. 마치 비행 중인 비행기를 수리하는 것과 같죠."
펠드먼 박사팀은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우리가 감정적으로 힘들 때 무의식적으로 내쉬는 '한숨(Sigh)'이 사실은 5분마다 한 번씩 뇌에서 자동으로 만들어지는 생존 신호라는 점입니다.
실험에서 뇌간의 특정 부위를 조작해 쥐가 한숨을 쉬지 못하게 하자, 폐 기능이 급격히 나빠졌습니다. 왜일까요? 우리 폐에는 약 5억 개의 아주 작은 공기주머니(폐포)가 있는데, 이것들은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쪼그라듭니다. 한숨은 이 쪼그라든 폐포를 '펑!' 하고 다시 펴주는 역할을 합니다.
펠드먼 박사는 우리 폐의 표면적이 테니스 코트 3분의 1 크기(약 70제곱미터)에 달한다고 설명합니다. 한숨은 이 거대한 면적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핵심입니다.
불안하면 심장이 빨리 뛰고, 숨이 가빠지고, 온몸이 긴장됩니다. 이건 우리 몸의 '경보 시스템'인 교감신경이 활성화됐기 때문이죠. 그런데 느린 호흡은 이 경보 시스템을 잠재울 수 있는 '리모컨' 역할을 합니다.
호흡 리듬을 만드는 뇌간의 '프리-뵈트징거 복합체'가 뇌 전체에 경계 신호를 보내는 '청반(Locus Coeruleus)'과 직접 연결되어 있습니다. 불안해서 호흡이 빨라지면 뇌가 더 각성되는 악순환이 생기지만, 의도적으로 호흡을 늦추면 즉각적으로 뇌에 '안정' 메시지가 전달됩니다.
분당 약 6회의 느린 호흡은 심박 변이도(HRV)를 극대화합니다. 숨을 들이쉴 때는 심박수가 약간 빨라지고, 내쉴 때는 느려지는 게 정상인데, 이 변화폭이 클수록 우리 몸은 스트레스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2022년 메타분석에 따르면, 느린 호흡은 부교감신경(휴식과 회복을 담당)을 활성화하여 심장과 혈압을 안정시킵니다.
깊은 호흡은 혈액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정상화합니다. 불안할 때 과호흡을 하면 이산화탄소가 너무 많이 빠져나가 뇌가 '위기'로 감지하는데, 느린 호흡은 이를 막아줍니다. 2017년 연구에서 8주간 하루 25분의 깊은 호흡 훈련을 한 그룹은 스트레스 호르몬(코르티솔)이 약 50% 감소했습니다.
3. 오늘부터 바로 쓸 수 있는 호흡법 3가지
1) 생리적 한숨 (Physiological Sigh) - 즉각 진정용
불안이 엄습할 때 5초 안에 마음을 가라앉히고 싶다면:
- 코로 숨을 깊게 들이마십니다
- 숨이 다 찼을 때, 한 번 더 짧게 들이마십니다 (이중 흡기)
- 입으로 길게 내쉽니다
왜 효과가 있을까요? 두 번째 짧은 흡기가 쪼그라든 폐포를 강제로 열어 이산화탄소 배출 효율을 높입니다. 펠드먼 박사는 "자연은 우리가 이 기능을 잊지 않도록 5분마다 자동으로 하게 만들었지만, 우리는 필요할 때 의도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2) 박스 브리딩 (Box Breathing) - 집중력 회복용
4~5초씩 들이마시기 → 참기 → 내쉬기 → 참기를 반복합니다.
왜 효과가 있을까요? 호흡을 의식적으로 조절하면 전두엽(이성적 판단을 담당)이 뇌간의 자동 반응을 통제하게 됩니다. 펠드먼 박사도 집중력이 필요할 때 5~20분간 이 방법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3) 코 호흡 습관화 - 기억력 향상용
평소 입이 아닌 코로만 호흡하는 습관을 들여보세요.
왜 효과가 있을까요? 공기가 코의 점막을 지나면서 발생하는 신호가 뇌 전체에 호흡과 동기화된 파동을 만듭니다. 연구에 따르면 코 호흡은 입 호흡보다 기억력과 인지 기능을 높이는 데 효과적입니다.
2023년 12개 연구, 785명을 대상으로 한 메타분석 결과, 호흡 훈련은 스트레스를 유의미하게 감소시켰습니다(효과 크기 g=−0.35). 불안에 대해서도 일관된 감소 효과(g=−0.32)가 확인되었습니다.
우울 증상 역시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또한 심박 변이도(HRV)가 증가하는데, 이는 자율신경계의 조절 능력과 신경 유연성이 향상되었음을 시사합니다.
특히 하루 5~20분, 분당 4~10회의 느린 복식 호흡이 가장 일관된 효과를 보였습니다.
5. 오늘의 성찰 질문
당신이 가장 최근에 불안을 느꼈을 때, 당신의 호흡은 어땠나요? 어쩌면 뇌간의 메트로놈이 너무 빨리 뛰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이번 주 실천 과제: 스트레스가 밀려올 때 '생리적 한숨'을 3회 시도해보세요. 코로 깊게 들이마시고, 한 번 더 짧게 들이쉰 뒤, 길게 내쉬는 것. 그리고 그 변화를 관찰해보세요.
호흡은 단순히 공기를 들이마시는 것이 아니라, 뇌와 몸 사이의 대화를 주도하는 행위입니다. 오늘 하루, 당신의 뇌와 더 깊은 대화를 나눠보세요.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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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berman Lab Podcast - Dr. Jack Feldman: Breathing for Mental & Physical Health & Performance (2022). Dr. Feldman은 UCLA 신경생물학 석좌교수로 호흡 조절 뇌 영역(프리-뵈트징거 복합체)을 발견한 연구자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GLgKkG44M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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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sso, M. A., Santarelli, D. M., & O'Rourke, D. (2017). The physiological effects of slow breathing in the healthy human. Breathe, 13(4), 298-309.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57097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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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borde, S. et al. (2022). Cardiac vagal control and slow breathing: A meta-analysis. Neuroscience & Biobehavioral Reviews. 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abs/pii/S014976342200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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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cham, G. W. et al. (2023). Effect of breathwork on stress and mental health: A meta-analysis of randomised-controlled trials. Scientific Reports.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98283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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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rath, R. et al. (2023). Breathing Practices for Stress and Anxiety Reduction: Conceptual Framework of Implementation Guidelines Based on a Systematic Review. International Journal of Environmental Research and Public Health.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107418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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