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의 우울을 통해 앤드루 솔로몬이라는 작가를 알게 되었습니다. 앤드루 솔로몬은 현재 임상심리학 교수로 재직 중이며, 게이인 동시에 오랜 기간 심한 우울증을 경험한 과거를 지녔습니다.
이 에피소드에서 정체성, 회복탄력성, 청소년의 자살, 학교폭력 가해자가 경험하는 심리적 어려움, 다양한 가족 형태의 탄생과 이를 설명할 어휘의 부족 등 여러 주제를 다룹니다.
이 중 제가 초점을 맞추게 되는 부분은 두 가지 입니다. 첫째, 우울을 질병으로 볼 수도 있고 정체성으로 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얽히고설킨 이 둘을 자의적으로 구분하는 것은 환원주의적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노년기에 점진적으로 시각을 상실하는 유전적 질환을 경험하게 된한 시인의 말을 인용합니다.
"한때는 실명하느니 차라리 죽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지금은 그 반대의 느낌이 듭니다. 일상 생활에 새로운 기쁨과 활력이 생겼습니다. 저는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우체국에 가는 것과 같은 가장 평범한 일이 매우 흥미로워졌습니다. 일상적인 삶에서 저는 마침내 제가 더 마음 챙기고 깨어 있고 더 온전히 존재하고 있다고 느낍니다. 저는 절망 대신 호기심을 선택했습니다." - DeepL 번역
솔로몬은 고통스러웠던 과거 질병 경험도 지금의 내가 있게 한 나의 일부이기 때문에 수용하는 것이 중요하고, 희망적인 서사를 도드라지게 하는 정도의 위치로 과거 경험을 격하할 필요는 없다고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이는 제가 크게 공감한 두 번째 초점으로 이어집니다. 누구나 고통을 통해 성장하는 것은 아니며, 개인의 노력 이외에도 자신의 통제 범위를 벗어난 변수들이 많이 작용하기 때문에, 회복하지 못하는 개인의 의지 부족을 탓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죠.
어떤 사람은 한 잔만 마셔도 취하고 어떤 사람은 술을 들이부어도 잘 취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고통을 통해 성장하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게 마련인데, 고난 후 성장의 서사를 강조하게 되면 회복과 성장을 하지 못한 사람을 의도치 않게 낙인 찍게 될 수 있다는 뉘앙스로 이야기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회복과 성장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모든 면에서 공평한 처지에 있는 것은 아닙니다." 솔로몬은 자신이 심한 우울증에서 회복할 수 있었던 것도 회복하는 데 필요한 내외적 자원을 운 좋게도 다른 사람보다 조금 더 많이 가지고 있었기 때문일 수 있다고 말합니다.
고난에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통제감을 회복하고 다시 살아갈 힘을 얻기도 하는 게 사실이지만, 모두가 이렇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님을 염두에 둘 수 있어야 합니다. 많은 지원에도 불구하고 회복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고, 그를 비난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개인 차원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솔로몬이 강조하듯이, 회복에 대한 믿음을 갖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회복이 더디다고 해서 스스로를 질타하기보다 연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좌절과 불운이 촉매가 되어 한 인간을 더 강하게 만든다는 사회문화적 통념에 이견을 제시하는 에피소드라 흥미롭습니다.
니체부터 수퍼히어로물에 이르기까지, 불행한 일이 발생했지만 어떻게든 그것을 극복하고 이전보다 더 나은 상황에 이른다는 서사는 인기가 많습니다. 사람들은 이러한 서사를 쉽게 받아들이고, 자신의 삶이 역경에 처했을 때 이 서사를 되뇝니다. "나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나를 강하게 만든다."
이는 심리학에서 외상 후 성장(Post-Traumatic Growth) 개념과 비슷합니다. 정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외상 후 성장은 매우 어려운 삶의 위기를 극복한 결과 발생하는 긍정적인 변화의 경험입니다. 외상 후 성장은 일반적으로 삶에 대한 감사, 더 의미 있는 대인 관계, 개인적 강인함의 증가, 우선 순위의 변화, 더 풍요로운 실존적, 영적 삶 등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납니다." -출처DeepL 번역
최선의 고통이라는 책에서 심리학자 폴 블룸은 외상 후 성장의 과학적 근거가 미흡함을 지적합니다. '외상이 성장으로 이어지는가' 라는 질문을 품고외상 후 성장에 관한 122개의 종단 연구를 메타 분석한 결과, 외상 경험과 같은 부정적 생활 사건뿐만 아니라 중대한 긍정적 생활 사건 이후에도 사람들은 심리적으로 성장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성장 경험이 사건의 긍정/부정적 특성과 무관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이라크 파병 군인을 대상으로 하여 파병 후의 지각된 외상 후 성장과 PTSD 증상 간의 관계를 살핀 한종단 연구 결과는 더 인상적입니다. 즉, 파병을 마치고 귀국한 지 5개월 된 시점에서 파병 경험의 결과로서 자립심이 강해졌고, 자신의 삶에 더 감사하게 되었으며, 다른 사람들과 더 가까워졌다고 보고한(지각된 외상 후 성장) 군인은 그렇지 않은 군인에 비해 귀국 15개월 시점에 더 많은 PTSD 증상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결과를 종합해 보면, 외상 경험은 성장과 무관할 수 있고, 자신이 외상을 통해 성장했다는 믿음을 견지하는 것은 일종의 현실 부인으로서 PTSD 증상 악화를 촉진하기 쉬움을 알 수 있습니다.
다만한 연구에 따르면, 역경을 통해 다른 사람에 대한 연민의 감정이 커질 수 있고, 이러한 감정을 바탕으로 자신처럼 고통 받는 사람을 돕고자 하는 친사회적 행동을 하기 쉽습니다.
물론 역경이 다른 사람에 대한 연민과 친사회적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것이 가능하려면성찰 과정을 통해 역경과 고난을 내면에 통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사건이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걸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이 사건을 내 인생에서 뭔가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로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이처럼 자신이 경험한 역경과 고난을 해석하는 방식이 다른 사람에 대한 연민에 영향을 미칩니다.
요점은 역경이 우리를 더 강하고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든다는 관점은 너무 단순한 해석이라는 점입니다. "누군가는 다른 사람에게 더 자애로워지기도 합니다. 누군가는 더 현명해질 수 있습니다. 또 다른 누군가는 자신의 가치에 부합하는 행동에 전념하면서도 여전히 정신건강이나 삶의 다른 어떤 영역에서 심각한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