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은 게 사람의 마음입니다. 이번 히든 브레인 에피소드에서는 이러한 청개구리 심보를 심리학적으로 살펴 봅니다.
사회심리학자Benjamin D. Rosenberg가 게스트로 나와서 자신의 경험담을 소개합니다. 개를 테니스 코트에 풀어놓고 같이 놀고 있을 때 경찰이 와서 그러지 말라고 합니다. 로젠버그는 일단 경찰의 말을 따랐으나 다음 날 아침에 일찍 와서 같은 행동을 반복했다고 합니다.
하지 말라고 하면 반감이 생기는데 이를 심리학 용어로반발(Reactance)이라고 부릅니다.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침해되었다고 느낄 때 반발이 발생하며, 로젠버그가 그랬던 것처럼 자신의 자유를 되찾으려는 행동으로 이어집니다. 부메랑 효과(Boomerang Effect)는 그 한 예입니다. 가령, 스마트폰 게임에 몰두한 아이에게 부모가 게임을 그만하라고 말하면, 아이는 방에 들어가 자는 척하며 이불 속에서 게임을 하기 쉽습니다.
반발은 물론 행동을 수반하지 않는 심리적인 형태로도 나타납니다. 예를 들어, 정부가 특정 종교를 공식적으로 지지할 때, 그 나라에 살며 다른 종교를 지닌 이들은 종교를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이 제한되었다고 느끼며 공식 종교에 반감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인간에게 제일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자율성과 통제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36개월 이전의 유아도 집에 가지 않겠다며, 더 놀고 싶다며 키즈 카페에서 울며불며 드러눕는 것이겠죠.
중년의 저도 최근에 반발을 느낀 적이 있습니다.🙃 주식 투자를 공부해 보라는 장인 어른의 조언에 공감이 되어 뒤늦게 투자 책을 몇 권 보고 있습니다. 수익을 내면 좋겠지만 그것보다는 주식 만큼 동시대를 사는 사람의 마음을 공부하기 좋은 분야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다섯 권 읽으면 시드 머니 100만 원을 준다고 말씀하셔서 열심히 읽었고, 저는 미국 ETF를 사서 적금 넣는다는 심정으로 조금씩 여유 자금 생길 때마다 투자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장인 어른 생각은 좀 달랐습니다. 소액이라도 단기 투자하며 시행착오를 경험해 봐야 감을 익힐 수 있다며 단기 투자를 제게 권유한 것입니다. 이때부터 투자 공부에 대한 마음이 식더군요. 반발이 생긴 겁니다.🤔
상황에 따른 예외가 있겠지만, 누군가 우리를 설득하려 하거나 따라야 하는 지침을 제시하면 대개 반발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이는 생면부지의 누군가가 거리에서 혹은 유선상에서 우리 시선을 끌며 어떤 메시지를 전하려 하는 제스쳐를 취할 때 그들을 반사적으로 피하게 되는 이유입니다. 자율성과 통제감에 대한 위협으로 대상을 지각한다는 거죠.
이런 반발은 어떻게 완화할 수 있을까요. 로젠버그는 말을 할 때 상대방에게 선택권을 넘기는 어조를 취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예전에 어떤 교수님께서 학생을 면담하며 음료를 권할 때 선택지 두 개(차 or 커피)는 충분히 선택권을 넘기는 것이 아니라고 느껴서 선택지를 세 개 정도 마련해 놓는다고 말했던 게 기억에 남습니다. 농담처럼 얘기하셨는데, 그만큼 학생의 자율을 존중한다는 의미였던 것 같습니다.
인간의 육체를 속박할 수는 있어도 정신(특히 사상의 자유)를 속박할 수는 없다는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자율성은 침해할 수 있는 속성이 아님을 염두에 두며, 가이드를 주더라도 '~해보라'는 뉘앙스보다는 '~해보는 것은 어떻겠느냐'는 완곡한 어조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됩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이 전하는 메시지는 조금 더 수월하게 우리 마음의 심리적 장벽을 통과하기 때문에, 국가에서 마스크 착용이나 기타 캠페인을 할 때 사람들이 좋아하는 캐릭터라든지 연예인을 내세우는 것일 수 있습니다. 이와 비슷하게, 논리의 빈틈을 파고들려고 하기보다 듣는 이가 심리적으로 가깝다고 느끼는 사람이 어떤 선택을 했는지 단순히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반발을 줄이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고 로젠버그은 말합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누군가가 자신을 설득하려는 의도가 있을 때 이를 알아차리기 쉽고, 이내 반감이 생기는 것 아닌가 합니다. 따라서 의도를 갖고 접근하기보다 결말을 열어 놓고 그저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들으면서 상대방이 지닌 마음을 진심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호기심을 보이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입니다. "상대방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생각은 부담스럽고, 또 그렇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상대방 대신 결정해 줄 수 없습니다. 우리는 인간으로서 그런 힘이 없습니다." -중독과 동기면담
이와 관련하여, 애덤 그랜트는싱크 어게인에서 시간을 내어 경청하는 것만으로도 군벌을 설득하여 평화 회담에 응하도록 만들 수 있었던 우간다의 정치가베티 비곰베의 예를 듭니다.
그래서 주식 투자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하시죠. 아직 시작은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장기 투자만 고집할 게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장인 어른께서 단기 투자를 해보라는 조언 없이 그저 어떤 생각의 흐름으로 장기 투자에서 단기 투자로 이행하셨는지 설명해 주신 게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러이러 하기에 단기 투자를 하는 게 맞다고 말하셨다면 설령 그 말이 맞다 하더라도 반발이 사라지지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그 생각의 흐름을 이해하게 된 동시에 선택권을 제가 가지고 있다는 통제감을 경험하게 되니 맞장구를 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여러분은 어떤 방식으로 투자하고 계시나요? 목소리를 들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