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5회차 뉴스레터에서 보건복지부의 심리상담 공통업무화 시행령 개정안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복지부는 9월 7일 이 개정안을 입법예고했고(공고 제2026-473호), 이에 대한 의견 제출은 10월 19일에 마감됩니다. 국민참여입법센터에는 10월 11일 현재 2만 건이 넘는 의견이 접수되었고, 임상심리학회, 한국임상심리사협회, 정신건강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정신건강임상심리사/임상심리전문가뿐만 아니라 한국상담심리학회 수련생 커뮤니티 긴급대응 TF, 그리고 여러 대학 심리학과 학생들이 성명과 시국선언을 내며 개정안 철회를 강력히 주장하고 있습니다.
시행령은 국회 심의 없이 공포됩니다. 이에 의견 제출 마감을 앞두고, 정신건강임상심리사 1급이자 임상심리전문가로서 이 개정안의 문제를 다시 정리합니다.
개정안은 정신건강전문요원 공통업무에 "국가,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시행하는 심리상담 및 재난심리지원 사업의 수행"을 추가합니다. 공통업무는 네 직역 모두의 업무입니다. 따라서 정신건강간호사, 정신건강사회복지사, 정신건강작업치료사도 국가·지자체 심리상담 사업을 수행할 근거를 얻게 됩니다.
그러나 자격기준과 수련 과목·시간은 한 글자도 바뀌지 않습니다. 2급 법정 수련 1,000시간 가운데 심리상담·심리치료 관련 과목을 비교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과목 (이론/실습) | 정신건강임상심리사 | 간호사·사회복지사·작업치료사 |
|---|---|---|
| 심리치료 (30/150) | 180시간 | 0시간 |
| 심리평가 (30/330) | 360시간 | 0시간 |
| 면담기법 (16/–) | 16시간 | 0시간 |
| 사례회의·사례발표 (–/200) | 200시간 | 0시간 |
| 합계 (수련 중 비율) | 756시간 (75.6%) | 0시간 (0%) |
나머지 세 직역도 건강사정, 심리사회적 사정, 작업치료 평가처럼 각자의 영역에서 사정과 개입을 수련합니다. 그 전문성을 낮춰 보자는 말이 아닙니다. 다만 그 수련은 각 직역 고유 업무를 위한 것이고, 심리치료 이론·기법 교육과 심리치료 지도감독을 포함한 심리상담 교육과는 다릅니다.
2025년 말 기준 정신건강전문요원 누적 배출 인원 2만 1천 명 가운데 정신건강임상심리사는 3,901명(18.6%)입니다. 이 개정안은 18.6%가 수련받은 심리상담 업무를, 그 수련을 받지 않은 약 1만 7천 명에게 조문 한 줄로 여는 것입니다.
대상 제한도 사라집니다. 현행 법률에서 정신건강임상심리사의 심리상담은 "정신질환자등과 그 가족"이 대상입니다. 반면 이번 개정안을 살펴보면 공통업무에 심리상담 대상의 제한이 없고, '국가, 지방자치단체 등'의 '등'이 어디까지인지도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즉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되면 심리상담 수련을 받지 않은 정신건강간호사, 정신건강사회복지사, 정신건강작업치료사가 심리상담 받기를 원하는 누구든 간에 상담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입니다.
보건복지부는 심리상담 바우처 제공인력을 정할 때, 3,000여 개 민간자격 가운데 발급기관의 공신력과 수련·교육 요건을 따져 임상심리전문가, 상담심리사, 전문상담사 3종만 인정했습니다. 반면 정신건강전문요원은 직역별 수련 내용을 검토하지 않고 국가자격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두 인정했습니다. 이번 개정은 그렇게 검증 없이 참여시킨 실적을 다시 법령에 넣는 근거로 쓰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는 이미 정신건강간호사, 정신건강사회복지사, 정신건강작업치료사가 심리상담 현장에서 일하고 있었다고 하는데, 애초에 정신건강전문요원을 모두 바우처 사업에 참여시킨 것 자체가 심각한 문제임을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이 사업은 세금으로 운영됩니다. 국비 본예산은 2024년 472억 원, 2025년 433억 원이었습니다. 국회는 이미 2024회계연도 결산에서 서비스 품질과 공급체계를 개선하라고 시정을 요구했습니다. 2025년 이용자 조사에서도 바우처를 다 쓰지 않은 사유로 서비스 불만족(21.7%)과 체감 효과 부족(20.8%)이 꼽혔습니다. 필요한 것은 제공인력의 역량을 검증하는 체계이지, 지금의 구조를 법령으로 굳히는 일이 아닙니다.
"정신건강간호사, 정신건강사회복지사, 정신건강작업치료사는 우리도 오랫동안 내담자를 만나 상담을 해왔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전문성 연구의 결론은 분명합니다. 전문성은 경력의 길다고 해서 그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의도적 훈련에서 나옵니다. 상담에서 그 의도적 훈련이 슈퍼비전과 사례발표입니다. 앞의 표에서 사례회의·사례발표 200시간은 정신건강임상심리사 수련에만 있습니다. 우리도 심리치료 보수교육한다고 하는데 '보수'교육이란 심리상담 훈련을 받은 정신건강임상심리사에게 해당되는 용어이지 자격 취득 과정에서 심리상담에 대한 아무런 슈퍼비전과 사례발표도 하지 않은 직역이 쓸 용어는 아닌 것 같습니다.
상담은 그저 '들어 주는 일'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50분 동안 평가와 사례개념화로 세운 가설을 계속 고쳐 가며, 언제든 드러날 수 있는 자살사고, 자해, 정신병적 증상에 대비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개정안에는 특히 재난심리지원도 포함되는데 정신건강간호사, 정신건강사회복지사, 정신건강작업치료사가 어디까지 업무를 맡을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전혀 없습니다. 외상을 다루는 개입은 잘못하면 재외상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시행령 개정안은 더욱 철회되어야 합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는 심리상담 인력의 자격과 수련 기준을 정하는 「마음건강심리사 및 마음건강상담사에 관한 법률안」(의안번호 2211134)이 계류 중입니다. 국회가 기준을 정하기도 전에 보건복지부가 이번 시행령 개정안으로 범위를 먼저 정하는 셈입니다.
절차도 문제입니다. 네 직역 협의체는 7~8월 세 차례 열렸지만 합의 없이 끝났고, 마지막 회의 약 3주 뒤인 9월 7일에 입법예고가 나왔습니다. 협의체가 열리기 전인 5월 12일 복지부 내부문서에 이미 공포 일정과 같은 문구의 조문이 있었다는 보도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협의 결과가 반영될 여지는 처음부터 없었던 셈입니다. 일간에서 말하듯 보건복지부는 '아묻따'(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추진)을 시전하고 있습니다.
다른 직역 선생님들도 심리상담을 배워서 하고 싶다면 그 길은 열려 있어야 합니다. 한국임상심리학회도 협의체에서 대안을 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현장의 면담·위기 초기대응·연계는 '정신건강상담'이라는 이름으로 공통업무에 명시하고, 추가 수련을 거친 경우 심리상담을 허용하며, 시행 2년 뒤 재평가하자는 것입니다. 이번 개정안은 이런 단계적 시행이 아니라 막무가내로 실상 아무나 심리상담 해도 된다고 법적으로 표명하는 셈입니다. 이미 한국에서는 아무나 심리상담 센터를 개소할 수 있으나, 보건복지부는 심리사법 제정으로 그러한 실태를 혁신할 생각은 안 하고 비전문가도 심리상담할 수 있게 법으로 못 박으려 합니다. 이게 비교적 얌전하고 순응적인 심리학 전공자들이 들고 일어나 거리로 나오는 이유입니다. 답은 정해져 있고 정신건강임상심리사 너희는 따르라면 순순히 따르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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